[독자발언대]보행자 우선 교통문화정착 시급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6분


우리나라 교통사고중에는 보행자사고가 유난히 많다. 선진국의 경우 교통사고 사망자중 보행자는 20%를 넘지 않는다. 보행자사고가 많다는 일본도 30%에 못미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근 6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2명 중 1명(49.3%)이 보행자였다. 결국 보행자사고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춘다면 교통사고는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요즘처럼 걷는게 두렵고 교통약자가 보호되지 못하는 차량위주의 교통문화에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교통문제는 차와 차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 보행자사고가 이처럼 많은 이유는 어디에 있고 이의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먼저 운전자 보행자들의 의식교육이 필요하다. 지난해 보행자사고를 보면 10명 중 1명이 어처구니없게도 횡단보도에서 사망했다. 보행자는 횡단보도에서조차 운전자에게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횡단보도를 침범한 차량에 떠밀려 한쪽 귀퉁이에서 운전자의 눈치를 보는 보행자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해결방안은 보행자와 관련한 교육과정의 체계화에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에서부터 실질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 내년부터 자동차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자동차학원에서도 볼 수 있게 돼 보행자 보호를 위한 운전자 교육을 확충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 특히 보행중 사고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5배 이상이나 되는 61세이상 노인층을 위한 보행자교육이 시급하다. 둘째는 도로관리 의식을 보행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시가지에도 차도만 있고 보도가 없는 모습은 흔하다. 외곽도로는 아예 보행공간이 없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게 보통이다. 주정차 단속은 흔히 보지만 노상적치물이나 공사장 주변의 보도점용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대한가. 도로관리가 보행자를 배제하고 차량소통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차량위주의 도로체계 관행에서 벗어나 건설에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보행권 확보를 우선해야 한다. 보행자사고가 대부분 도로횡단과 관련되므로 횡단시설의 확충은 시급하다. 횡단보도 설치간격을 일률적으로 적용한 현재의 기준은 무리다. 도심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설치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보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시가지 도로는 일방통행을 적극 검토해 보행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보행환경과 관련된 보도블록 연석 횡단보도 가로수 지하매설물 각종 표지판 등의효율적인 관리체계 정비도 시급하다. 박 원 범<도로교통안전협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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