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사이비종교①]『외로운 현대인 쉽게 빠진다』

  • 입력 1996년 12월 11일 20시 16분


「李炳奇기자」 우리나라는 사이비 종교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사이비 종교집단 특유의 폐쇄성과 비밀유지 때문에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내부문제가 곪을대로 곪아 외부로 터져나올 때만 관심을 보이는 식으로 대처해 왔을 뿐이다. 정부나 공권력도 「종교문제」라는 이유로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으려 하고 일반인들도 무관심한 것이 우리의 풍토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사이비 종교단체와 신도들의 「똘똘뭉친 표」만을 의식, 사이비 종교에 서로 선을 대려고 경쟁하기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사이비 종교가 세력을 더욱 키우는 것이 그동안의 사정이었다. 문제는 이런 무관심과 방치속에서 가난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서민들이 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사이비 종교가 연관된 대표적인 사건은 많다. 지난 87년 32명의 신도가 집단 변시체로 발견된 오대양사건과 지난 90년의 휴거파동 등등. 지난 94년에는 「사이비 종교 감별사」로 불리우던 종교문제 연구가 卓明煥(탁명환)씨가 광신도에 의해 피살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비 종교가 현 상태에서 더 세력을 확장할 경우 특정 종교집단이 전 사회를 적으로 무차별적인 테러를 가할 수 있는 수준까지 거의 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의 옴진리교 독가스사건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고 사이비 종교로 인한 피해자가 내부 신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으로까지 확산되기 일보직전이라는 진단들이다. 그렇다면 사이비 종교는 기성 종교와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서울대 鄭鎭弘(정진홍)종교학과 교수는 『사실 어떤 종교가 사이비냐 아니냐는 판단은 특정한 원칙은 없고 다만 사회가 특정종교가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판단할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70년대 이후의 사이비 종교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이를 고(故)탁명환씨는 자신의 저서 「한국의 신흥종교」에서 △시한부 말세론 △지상천국사상 △교주 자신의 신격화 △신비체험 강조 △각 종교의 혼합주의로 정리했다. 우선 『곧 지상의 종말이 온다』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신도들만이 교주의 도움을 얻어 살아남거나 영생불사의 삶을 살 수 있다』고 꼬드기고 이 과정에서 신도들을 현혹하는 각 신비체험이 동원된다는 것. 이후 교주의 신격화를 통해 신도들이 교주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도록 해 조직에서의 이탈을 방지하고 이 과정에서 교주는 신도의 재산을 헌납받거나 신도의 노동력을 착취, 자신의 배를 불리는 단순한 구조를 갖고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이렇듯 황당하고 조잡한 교리에 쉽게 빠져드는 것일까.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李容弼(이용필)교수는 『종교를 추구하는 것은 본성이지만 최근처럼 사이비 종교가 번성하는 것은 산업사회가 갖고 있는 병리현상, 즉 소외감 가치관혼란 박탈감 심한 긴장감 때문에 겪고 있는 「현대인의 위기의식」을 기성 종교는 물론 사회의 어떤 부분도 해소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심한 소외감이나 박탈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대상을 원하고 또 자신의 판단력을 포기, 그 대상에 완전히 몰입하고 싶은 충동을 가지고 있다. 이 약점을 사이비 종교가 파고들어 신도들을 끌어들이고 결국 파탄으로 몰고간다는 것. 미국이나 일본에서 사이비 종교가 번성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 한국종교연구회 尹承容(윤승용)전 회장은 『종교문제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한국 특유의 종교문화, 종교집단이 기업화돼 소외된 사람을 외면하는 일부 종교집단의 풍토가 사이비 종교가 오늘날 번성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용필교수는 또 『일본의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 중 상당수가 옴진리교 신자였음이 밝혀져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것처럼 우리 사회도 경제력이나 학력과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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