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프 네이더 강연요지]『소비자 운동은 민주주의 핵』

  • 입력 1996년 11월 27일 20시 07분


「姜尙憲·金華盛기자」 미국의 소비자운동가 랠프 네이더가 27일 오후 서울 충정로 동아일보사 18층 강당에서 「21세기의 컨슈머리즘과 소비자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강연회는 한국부인회와 동아일보사가 공동주최한 「소비자축제96」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다. 강연에서 그는 『소비자가 스스로를 세력화해 자신의 권익을 제약하는 세력과 싸우는 것은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수단』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강연요지. 무엇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정보를 완전히 확보해야 한다. 이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시민이 정부에 어떤 정보라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장치와 관행이 확보돼야 한다. 가령 식품의 안전성을 규정하는 5개 기준인 청결 살충제성분 방부제성분 방사선오염 유전자조작여부 등의 정보는 정부가 소유한 여러 형태의 자료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정부는 기업과의 유착으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기를 꺼리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기 싫어한다. 식품이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될수록 안전하고 값이 싸다는 것은 이제 온세계 시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이나 기업의 유혹에 약한 정부는 비교우위론 등의 논리로 무역을 확대시키고 여러 국가의 농업기반을 파괴하고 있다. 이런 음모는 국제적으로 식량을 무기화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에너지효율을 높이려는 진지한 시도나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려는 시도도 없이 핵발전소만 짓겠다는 한국정부의 의도는 결국 무엇인가. 체르노빌의 비극에서 지혜를 얻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도 핵발전소를 짓는 4개국중 하나다. 20년전부터 미국에서는 핵발전소를 세우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운행되는 자동차가 한국에서 운행되는 차에 비해 안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안전기준 리콜제도 등으로 한국의 시민도 그같은 혜택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한국의 10대들에게 담배 피우기를 강요하다시피 하는 미국 담배회사의 시도에 왜 한국의 소비자와 정부는 침묵하고 있는가. 우리 모두는 「공적(公的)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먼저 실천해야 한다. 인류공영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은 다름아닌 내 자신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힘을 기업이나 정경유착세력에 대항할 수 있도록 고도로 조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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