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생회장 선거 非NL계 약진…학생운동 변화 예고

  • 입력 1996년 11월 24일 01시 44분


서울대와 고려대 등 주요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지난 8월 연세대 한총련사태의 정당성을 주장한 민족해방(NL)계열 후보를 제치고 「한총련 개혁」을 표방하는 비NL계열의 후보가 당선돼 향후 학생운동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23일 현재 전국 1백30여개 4년제 대학중 총학생회장 선거가 끝난 곳은 절반가량. 수적으로는 NL계열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서울의 주요대학과 지방국립대 등에서 NL계가 고배를 마신 것은 주요한 변화로 평가된다. 이날 새벽 개표를 마친 서울대의 경우 「한총련 개혁」을 표방하고 나선 「21세기 진보학생연합」의 李碩炯(이석형·25·고고미술사학과3년)씨가 민중민주주의(PD)계열인 「대장정그룹」 후보를 1천6백여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제40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21세기 진보학생연합」은 크게 보면 PD계열. 그러나 「국민에게 신뢰주는 학생운동」 「학내문제 학생참여」 등의 기치를 내걸고 기존 학생운동권의 시위방식과 맹목적인 북한경도를 비판했다. 지난 80년 이후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단 세차례를 제외하고는 NL계열이 당선됐던 고려대에서도 「한총련개혁을 위한 전국총학생회 협의회 창설」을 내건 PD계열 후보인 池炫燦(지현찬·24·서문과3년)씨가 39.6%의 지지로 당선돼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방에서도 경북대와 전북대 부산대 등 주요 국립대에서도 NL계 후보를 누르고 PD계열 후보가 당선됐다. 또 지난해 한총련 충청지역연합 의장을 맡았던 단국대 천안캠퍼스와 안동대 대구대 강릉대 등에서는 비운동권 학생회장이 탄생했다. 한편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줄어 투표율이 50%대로 낮아지면서 전통적으로 PD계열이 강세를 보였던 성균관대 서강대 등에서는 오히려 조직력이 우세한 NL계열이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 고려대 등 주요대학에서 비NL계열이 당선됨에 따라 범민족대회 등 향후 학생운동의 투쟁방향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비NL계열 당선자들은 정치적인 이슈보다 학내복지 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田承勳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