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장구속]수사파장 어디까지

  • 입력 1996년 11월 24일 01시 37분


검찰이 22일 孫洪鈞(손홍균)서울은행장을 전격 구속함으로써 금융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검찰이 오래전부터 손행장 이외에 몇몇 다른 시중은행장들을 내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손행장의 구속은 그 신호탄에 불과하며 또다른 시중은행장이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그러나 검찰은 손행장을 구속한 직후 이같은 소문을 일축했다. 安剛民(안강민)대검중수부장은 『이번 사건은 오래전부터 손행장 개인의 비리정보가 입수돼 내사를 해온 결과』라며 『다른 시중은행장은 수사선상에 올라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다른 검찰관계자는 『그동안 시중은행장들에 대한 투서 진정이 끊이지 않아 손행장외에 다른 은행장도 내사했을 수 있지만 대부분 허위투서로 밝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중수부 수사팀도 당장은 손행장의 비리를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보강수사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주임검사인 文永晧(문영호)중수1과장은 『손행장에게 돈을 준 국제밸브쪽을 조사한 직후 은행실무자에 대한 조사없이 곧바로 손행장을 불렀기 때문에 보강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실명제위반 혐의 부분에 대한 추가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손행장을 기소하기 전에 뭔가 새로운 혐의가 불거져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일부 시중은행에서 예금유치실적을 올리기 위해 전주(錢主)나 자금의 출처를 밝히기 곤란한 거액의 불법조성자금을 유치하면서 차명으로 계좌를 개설해주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고 이번 수사도 사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金泳三(김영삼)정부의 최대업적이라 할 수 있는 금융실명제가 일부 시중은행의 이같은 변칙 예금유치 관행으로 인해 무력화하고 있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편 손행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여러차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최근 검찰이 공직사회 부정부패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면서 손행장은 금융계 비리와 관련해 첫번째 수사대상으로 꼽혀왔다. 대검중수부는 지난해 10월초 손행장이 부도위기에 몰려있던 지방의 중견건설업체인 S기업에 무리한 대출을 계속해주면서 커미션을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였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이 터지면서 손행장에 대한 내사를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행장은 지난 5월 李喆洙(이철수)전제일은행장 사건 때 또다시 검찰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행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준 효산그룹이 서울은행에서도 거액의 특혜성 대출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전행장의 구속으로 수사가 일단락됐었다. 이번 국제밸브관련 사건도 올해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수사를 촉구하는 등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왔다. 따라서 검찰주변에서는 이번 손행장의 구속을 『연기가 잦으면 불이 나게 마련』이라며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金正勳·徐廷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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