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 했던 배추를 싱싱한 푸성귀가 나오는 삼월 초까지 먹어야만 하였다. 신문지에 배추를 싸서 언제나 어두운 계단
한자로 목숨 수와 복 복자가 푸르게 찍힌 옛날 사기 밥 그릇에 고봉으로 담은 무밥은 고실고실한 맛은 없어도 구수했
조개가 입을 열고 국물이 뽀얗게 나오면 된장도 겉이 아닌 속의 누렇고 부드러운 것으로 퍼내어 채에 걸러 국에 풀어주
배추김치는 속을 털어내고 물기를 꼭 짜서 곱게 다진다. 파는 어슷하게 썰고 양념에 쓸 파와 마늘은 잘게 다진다. 냄비
추위 때문에 체력의 소모가 심해져서 시멘트 벽 안의 냉기에 노출된 귀나 손이나 발가락에 동상이 오기도 한다. 처
하는 수 없이 어머니가 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랬다지. 얘야 니가 몹쓸 병이 걸려서 보내는 거야. 거기 가서 병이 나
밤은 길기도 해라. 두어 시간쯤 잠들었다가 야간 순시자의 구둣발 소리에 잠이 깼나보다. 다시 형광등 소리가 들려오기
남도의 끝을 달리고 있는 기차가 찾아 오기도 한다. 기적 소리가 길게 끌다가 철교를 건너는 바퀴의 굉음에 소리의
소금은 아침 나절에 조금 먹어 두었으니까 점심 때처럼 일점 오 리터짜리 음료수 병에 담아 두었던 물을 사발에 부어
눈을 뜨고 다시 걸으면 하얀 빛들이 차츰 퇴색하는 것처럼 어두워졌다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돌아올 때 쯤에는
옭매인 매듭은 작은 돌멩이처럼 단단하고 요지부동이다. 처음에는 매듭을 더듬어 보고 손가락 끝으로 꼬집듯이 힘을 주
반찬은 혀로 젖혀 앞니 끝으로 물어 올린다. 결국은 턱과 옷의 앞섶을 적시면서도 다 먹게 되어 있다. 음식물로 어지러
꼼짝도 할 수 없고 누울 수도 엎드릴 수도 없는 현재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처리를 하기 위하여 미세한 동작으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