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을 보다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일이 있습니다. 2막,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파리의 카페를 찾은 주인공들이 길옆의 바깥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파리도 크리스마스이브엔 춥기 때문에 굳이 밖에 앉을 이유는 없습니다. 밖에 앉는다는 설정이 무대 구성을 위해…
음악 방송을 듣다가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 들려드리겠습니다’ 하는 아나운서의 말에 ‘번호는 알겠는데 C단조는 뭐지…’ 할 때가 있죠. 우리가 노래를 부를 때 자기 목소리에 맞게 음높이를 올리거나 내려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 작품은 작곡가가 음높이를 정해 놓습니다. …
월드컵 결승에 오른 두 축구팀이 서로 감독을 바꿔 경기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 야구팀이 감독을 서로 바꿔 보면 어떨까요? 최고의 성적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한 경기 내용을 선보일 수는 있을 듯합니다. 물론 상상에서나 가능한 얘기입니다. …
음악가들의 탄생 100주년, 200주년, 서거 100주년 등 이른바 ‘기념연간’은 작가나 화가 등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에 비해 떠들썩하게 치러지게 마련이죠. 음악계가 유독 떠들썩한 걸 좋아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문학작품은 어느 때나 책으로 만날 수 있고, 명화도 늘 일반에 공개되지만 …
클래식이 20세기 만들어진 대중음악 장르들과 다른 점은? “악보를 바꿀 수 없고 악보 그대로 연주한다는 점이죠!” 한 분이 대답합니다. 다른 분은 “악보 그대로만 연주하는데도 연주자마다 다른 느낌이라는 점이 더 매력 있고 신기해요!”라고 말합니다.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악…
오늘은 1945년 유엔이 설립된 것을 기념하는 ‘유엔의 날’입니다. 설립 4년 8개월 만에 일어난 6·25전쟁 당시 유엔의 결의에 의해 16개국 군대로 구성된 유엔군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싸웠고, 이후 한국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등 유엔은 우리나라에 각별한 의미가 있죠. …
“엄마, 저거 오징어 다리 같아.” 음악회에서 옆자리에 앉은 꼬마 숙녀의 말에 그만 픽 소리가 나게 웃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오징어 다리 같다고 한 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플루트였습니다. 복잡한 키(누름쇠) 장치가 오징어 빨판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게 보였…
100년 전인 1917년,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자 귀족과 기업가들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국외로 탈출했습니다. 그중에는 음악사에 이름을 남긴 명작곡가들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위 사진)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아래 …
기다리던 한가위 연휴가 다가왔군요. 한가위는 달과 친해지는 때죠. 바쁜 생활 속에서 하늘을 잊고 살던 사람들도 사랑하는 이들과 모처럼 보름달 한번 쳐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인 제롬 랄랑드(1732∼1807)는 달과 친한 사람이었습니다. 천문학자였으니까요. 지구의 자전에…
피아노 앞에 다가앉은 피아니스트. 머리를 깊이 숙여 건반에 닿을 듯 가까이 댑니다. 머리를 흔들고, 눈을 찌푸리고, 선율을 콧노래로 흥얼거립니다. 피아노 팬이라면 기억나는 이름이 있죠?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입니다. 그런데 왕성하게 활동 중인 현역 피아니스…
어린 시절 TV로 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한밤, 무덤에서 해골들이 나와 춤을 추다가 닭이 울자 황급히 무덤으로 들어가는 단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해골이 정강이뼈를 들고 다른 해골을 실로폰 치듯이 치는 장면은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습니다. 자라서…
1874년, 요하네스 브람스는 41세에 불과했지만 오스트리아 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였습니다. 이 해에 그는 제국 정부가 주관하는 음악가 장학금의 심사위원이 되었습니다. 여러 신진 작곡가들이 보낸 악보들 속에서 방대한 분량의 악보 꾸러미가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 33세였던 보헤미아(체코…
4년 전 이맘때 ‘마지막 4중주’라는 미국 영화를 보았습니다. 예술가와 노화, 가족관계를 통해 인생의 숨은 면모를 들여다보는, 다소 ‘무거운’ 영화였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유명 현악4중주단인 ‘푸가 4중주단’은 창단 25주년 기념 연주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가 닥칩…
이달 6일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체코 칼리슈테 생가를 다녀왔습니다. 기념관 겸 펜션으로 쓰이고 있는 그 집의 주인은 일요일인데도 문을 열고 커피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함께 간 분들과 뜰의 잔디를 바라보면서 말러의 삶, 그리고 그의 음악 얘기를 한참이나 나누었습니다…
‘템페스트(폭풍우)’는 셰익스피어 로맨스극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연극계에서 은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직전 썼다고 하죠. 그런 만큼 인생과 세계를 관조하는 성숙한 작가의 시선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극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밀라노 대공 프로스페로는 나폴리 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