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평화를 갈망한 카살스의 연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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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945년 유엔이 설립된 것을 기념하는 ‘유엔의 날’입니다. 설립 4년 8개월 만에 일어난 6·25전쟁 당시 유엔의 결의에 의해 16개국 군대로 구성된 유엔군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싸웠고, 이후 한국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등 유엔은 우리나라에 각별한 의미가 있죠.

1971년 유엔 총회장에 94세의 노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사진)가 첼로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유엔 평화 메달을 수상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는 연주에 앞서 짧은 연설을 했습니다.

“평화는 늘 제게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는 늘 평화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당시에는 실로 많은 전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최근 나는 오랫동안 청중 앞에서 연주하지 못했는데, 오늘 민요 한 곡을 연주하려 합니다. ‘새의 노래’라는 곡입니다. 새들은 하늘에서 ‘평화, 평화, 평화(Peace, Peace, Peace)’라고 노래합니다. 이 소리는 바흐, 베토벤과 수많은 대작곡가들이 사랑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선율은, 제 고향 카탈루냐에서 온 것입니다.” 총회장을 가득 채운 청중은 갈채를 아끼지 않았고, 첼로 노대가가 연주하는 고향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의 연주가 유독 심금을 울린 것은 노경에 이른 그가 오래 고향을 떠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1939년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 장군이 승리하고 독재정부가 수립되자 고향 카탈루냐를 떠나 다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스페인은 카살스가 유엔총회 연주 2년 뒤 타계하고 다시 2년 뒤 프랑코가 사망한 뒤에야 민주화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최근 카탈루냐의 독립을 갈망하는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스페인 중앙정부 사이의 갈등을 보면서, 46년 전 카살스가 희구했던 ‘평화’를 떠올립니다. 부디 더 많은 사람의 행복을 가져오는 길로 평화롭게 문제가 해결되기 바랍니다. 당시 카살스가 역설한 평화는 핵무장 확대 반대를 포함해 세계 모든 나라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했습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불안한 구름을 걷어내는 데도 탄생 72주년을 맞이한 유엔이 더욱 큰 역할을 하기를 소망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유엔의 날#파블로 카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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