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옛 플루트 ‘트라베르소’로 듣는 바로크 음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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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거 오징어 다리 같아.” 음악회에서 옆자리에 앉은 꼬마 숙녀의 말에 그만 픽 소리가 나게 웃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오징어 다리 같다고 한 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플루트였습니다. 복잡한 키(누름쇠) 장치가 오징어 빨판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플루트가 본디 그렇게 복잡하게 생긴 악기는 아니었습니다. 오늘날 사용되는 복잡한 플루트는 금속세공사 출신인 독일의 테오발트 뵘이 1840년대에 발명했습니다. 그 이전의 플루트는 세로로 부는 ‘리코더’처럼 손가락으로 직접 구멍을 막는 단순한 구조였습니다. 이런 플루트를 바로크 시대에 ‘트라베르소’(가로피리·사진)라고 불렀습니다. 그냥 플루트라고 부르지 않은 이유는, ‘트라베르소’와 ‘리코더’ 두 가지를 모두 합쳐 플루트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리코더라면 낯설지 않죠.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쓰는, 호루라기 비슷한 취구(吹口)가 달린 악기 바로 그것입니다.

바로크 시대 플루트 곡은 대부분 트라베르소나 리코더 어느 것으로 불어도 좋았습니다. 오히려 리코더가 더 인기였죠. 그런데 리코더는 상대적으로 소리가 작았고 강약 표현도 제한되었습니다. 그래서 고전주의 시대 이후 잊혀졌고, 20세기 초반에야 교육용 악기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로피리 트라베르소는 19세기에 뵘식 플루트로 대체되면서 더 크고 화려한 소리를 내게 되었고 플루트는 예전보다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옛날식 트라베르소가 가진 목가적이고 청순한 소리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만과 멘델스존이 알던 플루트 소리도 실제로는 옛날식 트라베르소의 소리였답니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페리지홀에서는 ‘트라베르소(바로크플루트) 콘체르토의 세계’ 콘서트가 열립니다. 옛 플루트 트라베르소로 연주하는 비발디, 라모, 바흐, 그리고 올해 서거 250주년을 맞은 텔레만의 협주곡들을 옛 악기와 느낌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트라베르소 연주자 강인봉 씨와, 역시 바로크 시대 그대로를 되살린 악기들로 연주하는 현악 연주자들이 호흡을 맞춥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플루트#트라베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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