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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낮술

    [책의 향기/밑줄 긋기]낮술

    달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카운터 위에 유리잔이 놓였다. 자그마한 술잔에 ‘너무 많이 따라’ 가득 담긴 고구마소주.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아 투명하고 네모난 얼음이 반짝반짝 빛난다. 아아. 쇼코는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 저도 모르게 가벼운 탄식을 내뱉었다. 고구마의 향이 강하고 묵직한…

    •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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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책의 향기/밑줄 긋기]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마을에서 호수까지 작은 길이 나 있다. 보행로이자 염소들의 길. 나는 그 길을 자주 걷는데 여름철에는 수백 번 이상, 겨울에도 이따금 간다. (중략) 6월이면 이곳은 온통 월귤나무로 가득하고, 이 나무들을 모두 베어낸 너른 빈터에서는 햇빛이 비치는 날이면 일 년 내내 월귤나무와 에리카…

    • 20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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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책의 향기/밑줄 긋기]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높은 곳에서 떨어졌거나 바닥을 구슬프게 홀리고도/멀쩡한 것들//내가 되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는/ 주워 담을 수도 없는 것들//사람을 용서하는 일이/사람을 고치는 일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기도가 엇나가는/신의 겨드랑이 뒤에서 어린양 부리는 것들/두서없는 꿈의 멀미를 앓는 것들 …

    • 2021-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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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사사로운 어느 날의 물건

    [책의 향기/밑줄 긋기]사사로운 어느 날의 물건

    빌리 홀리데이, 덱스터 고든, 듀크 조단, 듀크 엘링턴, 쳇 베이커, 줄리 런던, 카를라 브루니, 샤를로뜨 갱스부르, 좋아하는 영화의 OST들, 그리고 다소 유명하지 않은 재즈 트리오나 쿼텟의 앨범들. 조금 귀찮을지는 몰라도 이렇게 직접 앨범을 골라서 음악을 듣게 되면 그 순간이 쉽사…

    •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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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미기후

    [책의 향기/밑줄 긋기]미기후

    몸통에서 목이 쑥 빠져나온 것 같다/얼굴은 육체의 덤인 것 같다 혹인 것 같다 부록인 것 같다/어떤 부록은 본문보다 길고//어깨에서 팔이 쑥 빠져나오고/손목에서 손가락들이 새털처럼 찢어지고/가늘게 떨면서//어둠을 털면서/온몸을 기울여 총채를 들고 있다/팔 하나가 인생보다 길고//긴 팔…

    • 20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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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책의 향기/밑줄 긋기]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하늘의 별은 내가 다 심었지/시인은 가끔 거짓말을 하네/하늘의 별을 포기 포기 심느라/어제 잠을 한숨도 못 잤지/흙 묻은 손을 보여주며 밤새워 어둠 속에서 밭일하던 시인/손톱 밑에는 반짝이는 별의 금물이 들었네//마취총에 맞아서 하루하루 비틀대며 가는 사람들/불안의 마취총에 맞아, 분…

    •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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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고백

    [책의 향기/밑줄 긋기]고백

    세상한테 떼쓰며 대들던 소년은 가출을 하고, 세상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려고 몸부림치던 사람은 출가를 한다. 가출과 출가, 이 두 가지 여행 중에 더 진정성을 갖는 여행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출가보다 가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훌쩍 건너가 버리는 출가는 이 세…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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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픔을 돌보지 않는 너에게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픔을 돌보지 않는 너에게

    시월의 숲은 초록의 여운이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이 숲을 청년이라 부르기 망설여진다. 무언가 비밀을 알아버린 어른 같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소멸을 짐작한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의 어리고 젊은 시절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어른은 깨달아버린 비밀을 모른 체할 수 없는 사람이다. …

    • 202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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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일기시대

    [책의 향기/밑줄 긋기]일기시대

    그리고 플래시를 켜고 복권을 긁었다. 또 1000원이 당첨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10분을 걸어 예의 편의점에 가서 당첨된 복권을 새 복권으로 바꾼 다음 다시 내천으로 갔다. 이쯤 되니 뭔가 저의가 있는 것 같았다. 신이 살아갈 최소한의 빌미로서 1000원을 우리 삶에 던져 놓고 …

    •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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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나는 너랑 같이 있을 때 행복해 보였고 나는 너랑 있을 때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나는 너를 보고 있으면 너는 나와 너무나 달라서 나는 너를 외우고 너를 따라 해봤었지만 나는 네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점점 쌓이게 됐고 매번 너의 눈을 쳐다보면서 …

    • 202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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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기억나지 않아도 유효한

    [책의 향기/밑줄 긋기]기억나지 않아도 유효한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개의 현자와 영웅은 집 밖으로 쫓겨난다. 자의든 타의든 안락한 마을과 익숙한 관계를 떠나 길 위로 내몰린다. 큰 인물이 된다는 건 지금의 작은 나를 버려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자신은 물론이고 남도 바꿀 수 없다. 현자와 영웅…

    •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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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책의 향기/밑줄 긋기]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그대라는 자연 앞에서/내 사랑은 단순해요//금강에서 비원까지/차례로 수국이 켜지던 날도//홍수를 타고/불이 떠내려가던 여름/신 없는 신앙을 모시듯이//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으니/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과육을 파먹다/그 속에서 죽은 애벌레처럼/순진한 포만으로//돌이킬 수 없으니/…

    • 202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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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나의 삶은 근사하지 못했다. 대체로 견디는 쪽에 서 있었다. 나 없이도 세계는 날마다 환했고, 나 없음이 더욱 선명해지는 그런 날들을 자주 바라보았다. 그런 날은 꽃집으로 식물을 보러 갔다. 이름 모르는 식물 앞에서 사는 게 이런 거냐고 물었다. 이런 게 아니지 않느냐고 오래 묻곤 했…

    • 202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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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써칭 포 캔디맨

    [책의 향기/밑줄 긋기]써칭 포 캔디맨

    …(전략)…. 이것이 떨어지면 삶이 유지될 수도, 신생할 수도, 재생할 수도 없게 된다. 이것의 성분은 공포감 20%, 경외감 30%, 해방감 40%인데, 이것이 일정한 탄성을 지니는 이유는 소량의 모멸감과 죄책감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신뢰감과 충만감이 증가…

    • 202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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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불만의 집

    [책의 향기/밑줄 긋기]불만의 집

    에세드라가 그를 전담했다. … 엄마는 잠깐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그러면 네 인생을 망치고 있는 그 망할 여편네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겨야겠구나. 우리 뜻대로 되려면 한두 달 정도 침대 신세를 지게 하는 게 좋겠어.” 10월 말경, 에세드라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

    • 202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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