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는 고양이 ‘깜냥’. 피자집에 간 깜냥은 주인아주머니가 개발한 메뉴에 홀딱 반한다. 가게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자 깜냥은 피자를 배달하고 아주머니가 장 보러 간 사이 주문받은 피자도 뚝딱 만든다. 냄새로 잽싸게 재료를 파악하고 아주머니의 어깨 너머로 본 요리를 그대로…
털복숭이 강아지 아롱이. 매일 빠지는 털이 백 개는 넘는 것 같다. 집은 금세 털로 가득해지고 새들이 둥지를 튼다. 소문을 들은 토끼, 여우, 곰, 원숭이, 다람쥐까지 숲속 친구들이 모여든다. 꿈에 그리던 털집을 찾은 동물들과 아롱이는 신나게 춤춘다. 털바다에서 헤엄치고 털언덕에서 데…
‘하늘에/별이 반짝이네//할머니가 말했네/저 많은 별은/딱따구리가 하늘에/구멍을 낸 것이야//반짝이는 별들/하늘구멍/참 많이도 뚫었네’(시 ‘하늘구멍’) 까만 하늘의 별을 딱따구리가 만들었다고 노래한다. 시인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호기심과 애정, 안쓰러움이 담겼다. ‘새 길을 닦…
손바닥을 펼치면 그 위로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애벌레와 무당벌레에게는 어떤 느낌일까. 비를 본 적 없는 애벌레가 비를 한 번 맞아 본 무당벌레에게 “비가 뭔데?”라고 묻는다. 무당벌레는 “나를 통통 튀게 하는 애야”라고 답한다. 빗방울이 떨어지자 애벌레의 몸은 진짜 통통 튄다. 무당…
인공지능(AI)급 후각에 날카로운 추리력을 지닌 네 살 암컷. 범이네 강아지 ‘오드리’다. 같이 사는 사람들을 주인이 아닌 식구라고 여기는 당찬 강아지이기도 하다. 어느 날 범이 집 거실에 걸려 있던 값비싼 고서화가 사라진다. 꽃무늬 치마를 입은 누군가가 준 육포 주먹밥을 먹고 오드리…
벼 베기, 콩 타작으로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가을이 무르익어간다. 깊은 밤 할머니는 마루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도 일을 놓지 못한다. 이모 집에 보낼 마늘 껍질을 까고 삼촌 집에 줄 검정콩을 골라낸다. 머리가 바닥까지 떨어지지만 애써 버틴다. “어서 드가 이불 펴고 자그라”라는 할아버…
겐이치의 돼지 저금통이 사라졌다. 경찰 아저씨가 배에 겐이치 이름과 집주소가 쓰여 있는 돼지를 데리고 왔다. 겐이치가 쓴 건 맞는데, 저금통이 살아 움직이다니! 필통만 하던 크기도 베개만큼 커졌다. 가출한 건 세계 일주를 하기 위해서란다. 실은 겐이치도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었다. 하…
언덕 위 빼곡한 집들. 꼬불꼬불 난 수많은 계단을 오르면 아주 작은 집이 나타난다. 그리고 전병호 시인의 ‘우리 집 하늘’이 흐른다. ‘우리 집 하늘은/반 평이다.//처마와/담 사이에서/네모난 하늘.//고개를 삐끔 내밀다/해가/그냥 가더니//달도/한 걸음에/건너가 버린다.//옥상…
동생이 열나고 아프다. 함께 가던 학교를 혼자 간다. 터덜터덜 걷다 이런, 껌을 밟았다. 학교에선 크레파스가 똑 부러져 거의 다 그린 그림에 선이 죽 그어졌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니 아뿔싸, 휴지가 없다. 날아온 공은 얼굴을 때린다. 집에 가는 길, 비까지 내린다. 참았던 눈물…
일본 작가 센주 히로시(千住博·1958∼)의 이 책을 보고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1896∼1933)의 ‘은하철도의 밤’을 떠올렸다. 8, 9년 전 은하철도의 밤을 읽고 ‘일제강점기는 어쩔 수 없었다’는 용납되지 않을 탄식을 속으로 삼켰다. 차마 발설하지 못한 이유는 윤동주(1917∼…
아침에 거울을 본 꼬질이. 이가 몽땅 빠져 입이 쭈글쭈글해졌다. 울음이 터져 나온다. 엄마와 함께 치과에 가지만 의사 선생님은 이유를 알 수 없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몬스터 치과병원에 가 보렴.” 몬스터 치과의사는 꼬질이의 엄지손가락 굳은살을 보고 손가락 빠는 버릇을 간파…
개미에게는 요술 더듬이가 있다. 친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 릴라와 놀던 개미는 아지가 릴라와 놀고 싶어하는 마음을 알고는 자리를 비켜준다. 아지가 릴라의 인형을 망가뜨리자 개미는 이를 고쳐준다. 툭하면 소리 지르는 아지도 달래고, 같이 놀자는 악어도 외면할 수 없다. 친구들을 …
“다른 애들은 회색과 까만색이 섞여 있는데 나만 왜 새하얀 걸까?” 작고 하얀 펭귄이 눈물방울을 떨어뜨린다. 그때 엄마 펭귄의 목소리가 들린다. “숨바꼭질할 때 눈 속에 숨으면 감쪽같을걸.” 작고 하얀 펭귄은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달리지 못해 고민하고, 고래처럼 몸이 커지…
사이좋은 노부부는 아기 눈사람을 만든다. 눈사람이 추울까 봐 집으로 옮긴 부부는 다음 날 아침 아이를 발견한다. 자녀가 없던 부부에게 눈나라에 사는 아이가 찾아온 것. 셋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봄이 오자 아이는 떠나야 한다. 다시 겨울이 되면 만날 수 있을까.(나태주 ‘눈사람 아기…
빵을 무척 좋아하는 토끼 삐뽀. 빵 생각만 하다가 빵이 되기로 결심한다. 삐뽀는 빵집 아저씨에게 말한다. “저를 빵으로 만들어 주세요.” 어처구니없어 하는 아저씨에게 쫓겨난 삐뽀는 직접 빵이 되려 한다. 하얀 빵 옆에 밀가루를 바른 몸을 동그랗게 말고 앉는다. 또 쫓겨났다. 두 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