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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남은 자의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412〉

    살아남은 자의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412〉

    벌거벗은 여인이 아이를 끌어안고 있다. 아이의 몸은 이미 축 늘어졌지만, 어머니의 손은 오히려 더 단단히 움켜쥔다. 짐승처럼 웅크린 채 자식의 몸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여인. 미술사에서 상실의 고통을 이토록 날것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 또 있을까. 독일 판화가 케테 콜비츠의 ‘죽은 아…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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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멈추지 않는 발걸음[이은화의 미술시간]〈411〉

    멈추지 않는 발걸음[이은화의 미술시간]〈411〉

    앙상한 뼈대만 남은 남자가 허공을 가르며 나아간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위태롭지만, 그는 끝내 한 발을 내디딘다.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1945년부터 15년간 ‘걷는 인간’이라는 화두에 천착해 도달한 정점, ‘걷는 사람 I’(1960년·사진)이다. 이 조각은 1962년 베니스 비엔날레…

    •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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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시 멈춘 손[이은화의 미술시간]〈410〉

    잠시 멈춘 손[이은화의 미술시간]〈410〉

    혼자 살든 가족과 함께 살든 가사 노동은 삶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이다. 특히 가족을 위한 식사 준비는 물리적 시간과 정성을 요구한다.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상을 차리고, 다시 치우는 과정은 반복적이고 때로는 지루하다. 그러나 그 일은 가정을 지탱하는 가장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

    • 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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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망으로 채워진 가족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409〉

    욕망으로 채워진 가족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409〉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면 가족은 으레 한자리에 모이기 마련이다. 페르난도 보테로의 ‘대통령 가족’(1967년·사진)은 그런 익숙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콜롬비아 최고 권력자 일가는 한껏 멋을 낸 채 포즈를 취했지만, 왠지 모르게 표정들은 어색하고 경직돼 있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

    •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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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언을 믿은 대가[이은화의 미술시간]〈408〉

    예언을 믿은 대가[이은화의 미술시간]〈408〉

    해가 바뀌거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운세를 점쳐보고 싶어진다. 17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투르의 ‘점쟁이’(1630년대·사진)에 등장하는 청년도 그러했던 듯하다. 젊은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노파에게 손을 내밀며 자신의 앞날을 묻는다. 과연 그는 원하던…

    • 20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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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자가 된 혁명가[이은화의 미술시간]〈407〉

    성자가 된 혁명가[이은화의 미술시간]〈407〉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다.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순간조차 사실은 특정 세계관을 전파하거나 기존 질서를 긍정하는 선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화가가 무엇을 그리고 지울지 결정하는 행위는 곧 그가 속한 사회와 권력을 향한 견해를 드러낸다. 프랑스 신고전주의 거장 자크루이 다비드는 바로 이…

    •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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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향 잃은 바보들의 배[이은화의 미술시간]〈406〉

    방향 잃은 바보들의 배[이은화의 미술시간]〈406〉

    좁은 배 위에서 사람들이 요란한 잔치를 벌이고 있는 이 그림. 중세 말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대표작 중 하나다. 뜻밖에도 제목은 ‘바보들의 배’(1490∼1500년·사진)다. 화가는 왜 이 배에 탄 사람들을 ‘바보’라고 불렀을까.이 그림은 원래 삼면화의 일부로, 7대 죄…

    •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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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위의 관찰자[이은화의 미술시간]〈405〉

    눈 위의 관찰자[이은화의 미술시간]〈405〉

    눈 덮인 고요한 시골 풍경이다. 사람도 사건도 없다. 대신 짚으로 엮은 울타리의 문 위에 작은 까치 한 마리가 내려앉아 있다. 겨울 햇살이 만든 푸른 그림자가 눈 위에 은은하게 스며든다. 클로드 모네는 평생 약 140점의 눈 풍경을 그렸다. 그중 ‘까치’(1868∼1869·사진)는 그…

    • 20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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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만한 권력의 몰락[이은화의 미술시간]〈404〉

    오만한 권력의 몰락[이은화의 미술시간]〈404〉

    권력은 종종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낳는다. 그러나 렘브란트의 ‘벨사자의 향연’(1636∼1638년·사진)은 그 착각이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성경 속 왕의 몰락을 다루고 있지만, 모든 시대의 권력자를 향한 냉정한 경고문이기도 하다. 그림 중앙, …

    •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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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단한 빛[이은화의 미술시간]〈403〉

    단단한 빛[이은화의 미술시간]〈403〉

    에드바르 뭉크는 흔히 ‘절규’의 화가로 기억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이를 잇달아 잃은 경험 때문일까. 그의 그림에는 불안과 공포, 죽음과 질병의 그림자가 늘 따라다닌다. 그러나 ‘태양’(1911년·사진)은 이러한 선입견을 단번에 뒤집는다. 이 그림에는 불안 대신 생기와 에너지, 다…

    •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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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낮은 자리에서[이은화의 미술시간]〈402〉

    가장 낮은 자리에서[이은화의 미술시간]〈402〉

    기독교 문화권에서 예수의 탄생은 오랫동안 화가들에게 사랑받아 온 주제였다. 성탄의 이미지는 대개 빛과 영광으로 가득하다. 천사들이 하늘을 가르며 내려오고 갓 태어난 예수는 이미 신성을 발산하며 성모는 이상화된다. 그러나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는 이 익숙한 도상을 단호하게 거부…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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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은화의 미술시간]〈401〉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은화의 미술시간]〈401〉

    말년의 구스타프 클림트는 이른바 ‘황금기’ 양식을 과감히 내려놓았다. 금박과 장식성은 거의 사라지고, 화면에는 느슨하고 자유로운 붓질이 남았다. 정교함은 줄었지만, 대신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표현주의적 경향이 한층 또렷해졌다. ‘여인의 초상’(1916∼1917년·사진)은 그가 세상을…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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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쾌락의 청구서[이은화의 미술시간]〈400〉

    쾌락의 청구서[이은화의 미술시간]〈400〉

    18세기 영국 화가 윌리엄 호가스는 해학적인 풍속화로 유명하다. 그가 30대 중반에 그린 ‘한 방탕아의 몰락’(1732∼1735년·사진)은 여덟 점으로 구성된 연작으로, 부유한 상인의 아들 톰 레이크웰의 추락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준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

    •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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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제와 이미지 사이[이은화의 미술시간]〈399〉

    실제와 이미지 사이[이은화의 미술시간]〈399〉

    사람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쪽을 선택하고, 익숙한 틀 안에서만 대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보이는 것과 실재하는 것은 결코 동일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인간의 조건’(1933년·사진)은 바로 이 인지의 습성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우리는 세상을 있…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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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과 절망의 굴레[이은화의 미술시간]〈398〉

    가난과 절망의 굴레[이은화의 미술시간]〈398〉

    강렬한 햇빛이 드는 기차 안, 한 여인이 고개를 떨군 채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고, 옆에는 낡은 보따리 하나가 놓여 있다. 군복을 입은 두 남자가 뒤에서 그녀를 지키고 있다. 대체 여자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리 비참한 신세가 된 걸까. ‘또 다른 …

    •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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