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기사 444

구독 98

인기 기사

날짜선택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1〉고향으로 간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1〉고향으로 간다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어느 간절한 사람도 없는 곳고향으로 간다 머나먼 날 저버린 고향으로 내가 간다 낡은 옷 훌훌이 벗어버리고 생미역 냄새 하암북 마시며 고향으로 간다 잃어버려, 끝내 잃어버려 없는 고향이라 포개둔 그리움이 한결 짙어 눈감아도 뛰놀던 예옛 어린…

    • 2018-09-22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0〉달, 포도, 잎사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0〉달, 포도, 잎사귀

    달, 포도, 잎사귀 ― 장만영(1914∼1975)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 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 바다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넝쿨 밑에 어린 잎새…

    • 2018-09-15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9〉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9〉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 박남수(1918∼1994)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방공호 위에 어쩌다 된 채송화 꽃씨를 받으신다. 호 안에는 아예 들어오시질 않고 말이 숫제 적어지신 할머니는 그저 노여우시다. (중략) 글쎄 할머니, 그걸 어쩌란 말씀이시오. 숫제 말이 없어지신 할머니의…

    • 2018-09-08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8〉꽃에 물 주는 뜻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8〉꽃에 물 주는 뜻은

    꽃에 물 주는 뜻은 ― 오일도(1901∼1946) 한 포기 작은 꽃에 물 주는 뜻은 여름 오거든 잎 자라라는 탓입니다. 남들이 말하기를- 가을 오거든 열매 맺으라는 탓입니다. 남들이 말하기를 돌과 모래 위에 어이 열매 맺을까 그러나 나는 꽃에 물을 줍니다. (중략) 꽃 필 때에는 안…

    • 2018-09-01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7〉약속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7〉약속

    약속 ― 박인환(1926-1956) 먹을 것이 없어도배가 고파도 우리는 살아 나갈 것을 약속합시다.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나 푸른 하늘과 내 마음은 영원한 것 오직 약속에서 오는 즐거움을 기다리면서 남보담 더욱 진실히 살아 나갈 것을 약속합시다. 시인 박인환이라고 하면 다방과…

    • 2018-08-25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6〉교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6〉교실

    교실 ― 정한모(1923∼1991) 초롱초롱한 눈들이 한곳으로 빛날 때교실은 초록색 짙은 향기를 풍긴다 집중해오는 의욕의 초점에서 나의 점잔은 분해되어 꽃송이처럼 환한 하나하나의 동자 안에 자리잡는다 제각기 다른 얼굴이 된 내가 빤히 나를 쏘아보며 묻는 것이다 (…) 지난날 초록빛 …

    • 2018-08-18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5〉떠나가는 배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5〉떠나가는 배

    떠나가는 배 ― 박용철(1904∼1938) 나 두 야 간다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 2018-08-11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들 삶]〈154〉여름에 한 약속

    [나민애의 시가 깃들 삶]〈154〉여름에 한 약속

    여름에 한 약속 ― 이문구(1941∼2003) 방아깨비 잡아서 어떻게 했지? 떡방아 찧고 나서 가게 했어요 내년에 만나기로 마음 약속하고 각시풀 있는 데로 가게 했어요 베짱이는 잡아서 어떻게 했지? 비단 옷감 짜고 나서 보내 줬어요 내년에 다시 보자 굳게 약속하고 분꽃 핀 꽃밭으로 보…

    • 2018-08-04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3〉강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3〉강

    강―이성복(1952∼)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 조각이 미지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 …

    • 2018-07-28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2〉내 마음을 아실 이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2〉내 마음을 아실 이

    내 마음을 아실 이―김영랑(1903∼1950) 내 마음을 아실 이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띠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

    • 2018-07-21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1>해바라기의 비명(碑銘)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1>해바라기의 비명(碑銘)

    해바라기의 비명(碑銘)―함형수(1914∼1946)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돌을 세우지 말라.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

    • 2018-07-14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0>청포도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50>청포도

    청포도―이육사(1904∼1944)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

    • 2018-07-07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49>한낮에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49>한낮에

    한낮에―이철균(1927∼1987) 영(嶺) 넘어 구름이 가고 먼 마을 호박잎에 지나가는 빗소리 나비는 빈 마당 한 구석 조으는 꽃에 울 너머 바다를 잊어 흐르는 천년이 환한 그늘 속 한낮이었다 이철균 시인에게는 단 하나의 시집만 있다. 시인 생전에는 그 시집마저 없었고, …

    • 2018-06-30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48>봉선화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48>봉선화

    봉선화―김상옥(1920∼2004)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

    • 2018-06-23
    • 좋아요
    • 코멘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47>성선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47>성선설

    성선설―함민복 (1962∼ )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님 배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단 세 줄이 시의 전체이다. 읽고 나서 이해 못할 사람이 없다. 짧고 쉽지만 묘하다. 아니, 짧고 쉬워서 묘하다. 우리의 눈은 단 세 줄을 금세 읽…

    • 2018-06-16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