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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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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7〉나막신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7〉나막신

    나막신 ― 이병철(1921∼1995) 은하 푸른 물에 머리 좀 감아 빗고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 목숨 수(壽)자 박힌 정한 그릇으로 체할라 버들잎 띄워 물 좀 먹고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 삽살개 앞세우곤 좀 쓸쓸하다만 고운 밤에 딸그락 딸그락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 우리 …

    • 201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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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6〉시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6〉시

    시 ― 나태주(1945∼ ) 마당을 쓸었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미국 경제…

    • 201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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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5〉육사(陸史)를 생각한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5〉육사(陸史)를 생각한다

    육사(陸史)를 생각한다 ― 신석초(1909∼1975) 우리는 서울 장안에서 만나 꽃 사이에 술 마시며 놀았니라 지금 너만 어디메에 가 광야의 시를 읊느뇨. 내려다보는 동해 바다는 한 잔 물이어라 달 아래 피리 불어 여는 너 나라 위해 격한 말씀이 없네. 시 제목의 ‘육사’는 우…

    • 201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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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4〉무엇이 그리하게 하는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4〉무엇이 그리하게 하는가

    무엇이 그리하게 하는가 ― 인태성(1933∼2015) 무엇이 그것들을 그리하게 하는가바다에 고기들을 헤엄치게 하는 것 공중에 새들을 날게 하고 숲에 짐승들을 치닫게 하며 물의 흐름을 제 길로 가게 하는 것 무엇이 그것들을 그리하게 하는가 굴러가던 왕의 수레를 쓰러뜨리는 것 온갖 생령의…

    • 201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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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3〉하늘과 땅 사이에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3〉하늘과 땅 사이에

    하늘과 땅 사이에 ― 김형영(1945∼ ) 눈 덮인 산중늙은 감나무 지는 노을 움켜서 허공에 내어건 홍시 하나 쭈그렁밤탱이가 되어 이제 더는 매달릴 힘조차 없어 눈송이 하나에도 흔들리고 있는 홍시 하나 하늘과 땅 사이에 외롭게 매달린 예수처럼 바람으로 바람을 견디며 추위로 추위 견디며…

    • 20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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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2〉시래기국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2〉시래기국

    시래기국 ― 황송문(1941∼) 고향 생각이 나면시래기국집을 찾는다. 해묵은 뚝배기에 듬성듬성 떠 있는 붉은 고추 푸른 고추 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뜨겁다. 노을같이 얼근한 시래기국물 훌훌 마시면, 뚝배기에 서린 김은 한이 되어 향수 젖은 눈에 방울방울 맺힌다. 시래기국을 잘 끓여 주시…

    • 20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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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1〉제주바다 1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1〉제주바다 1

    제주바다 1 ― 문충성(1938∼2018) 누이야 원래 싸움터였다 바다가 어둠을 여는 줄로 너는 알았지? 바다가 빛을 켜는 줄로 알고 있었지? 아니다 처음 어둠이 바다를 열었다 빛이 바다를 열었지 싸움이었다 어둠이 자그만 빛들을 몰아내면 저 하늘 끝에서 빛들이 휘몰아와 어둠을 밀어내는…

    • 201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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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0〉쓸쓸한 시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0〉쓸쓸한 시절

    쓸쓸한 시절 ― 이장희(1900∼1929) 어느덧 가을은 깊어들이든 뫼이든 숲이든 모다 파리해 있다 언덕 우에 오뚝히 서서개가 짖는다 날카롭게 짖는다 빈 들에마른 잎 태우는 연기 가늘게 가늘게 떠오른다 그대여우리들 머리 숙이고 고요히 생각할 그때가 왔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

    • 201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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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9〉고향길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9〉고향길

    고향길 ― 신경림(1936∼ )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아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 마시고 가위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

    •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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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8〉자모사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8〉자모사

    자모사 ― 정인보(1893∼1950) 12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되고 말어라 19 어머니 부르올 제 일만 있어 부르리까 젖먹이 우리 애기 왜 또 찾나 하시더니 황천이 아득하건만 혼자 불러 봅니다 ‘정…

    • 20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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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7〉별들이 사는 집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7〉별들이 사는 집

    별들이 사는 집 ― 김수복(1953∼ ) 별들이 사는 집은내 마음의 빈 터에 있다 뒷산 상수리나무 잎이 서걱거리는 저녁에 왔다가 이른 아침 호수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내 마음의 빈 터에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존엄하다고 배웠다. 존엄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든 원하는 그 무…

    • 20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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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66〉달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66〉달밤

    달밤 - 이호우(1912∼1970)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 익은 풍경이되 달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된 초…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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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5〉호박오가리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5〉호박오가리

    호박오가리 ― 복효근(1962∼ ) 여든일곱 그러니까 작년에 어머니가 삐져 말려주신 호박고지 비닐봉지에 넣어 매달아놨더니 벌레가 반 넘게 먹었다 벌레 똥 수북하고 나방이 벌써 분분하다 벌레가 남긴 그것을 물에 불려 조물조물 낱낱이 씻어 들깻물 받아 다진 마늘 넣고 짜글짜글 졸였다 꼬소…

    • 20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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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4〉병상록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4〉병상록

    병상록 ― 김관식(1934∼1970) 병명도 모르는 채 시름시름 앓으며 몸져 누운 지 이제 10년. 고속도로는 뚫려도 내가 살 길은 없는 것이냐. 간, 심, 비, 폐, 신… 오장이 어디 한 군데 성한 데 없이 생물학 교실의 골격 표본처럼 뼈만 앙상한 이 극한 상황에서… 어두운 밤 턴…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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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3〉수박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63〉수박

    수박 ― 허수경(1964∼2018) 아직도 둥근 것을 보면 아파요 둥근 적이 없었던 청춘이 문득 돌아오다 길 잃은 것처럼 (중략) 나, 수박 속에 든 저 수많은 별들을 모르던 시절 나는 당신의 그림자만이 좋았어요 저 푸른 시절의 손바닥이 저렇게 붉어서 검은 눈물 같은 사랑을 안고 있는…

    •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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