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은 영남행, 비윤은 험지행”… 與도 공천갈등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9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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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역구 공천 신청이 시작된 29일 첫날부터 여당의 경선 대진표 윤곽이 그려지고 있다. 특히 여당이 수도권 승리를 위한 핵심 승부처로 삼은 ‘한강벨트’는 텃밭 지역구를 내려놓고 더불어민주당 현역과의 대결을 선언한 비윤(비윤석열)계 현직 의원 및 전직 의원, 장관 출신들이 채우고 있다. 한강벨트는 보통 한강과 맞닿은 마포 용산 성동 광진 동작의 9개 지역구를 가리킨다. 반면 여당 텃밭인 영남 지역 등에는 검사 출신 용산 대통령실 참모인 일명 ‘검수저’ 출신이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공천 접수 첫날부터 “용산 핵심 참모는 양지, 비윤은 험지” 주장이 현실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비윤계는 주로 험지 전방에 나가 민주당과 맞붙고, 용산 참모 출신은 양지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모양새”라며 “시스템 공천이 정교하게 이뤄지지 않고 용산발 낙하산 공천 우려가 나오면 당내 잡음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비윤, ‘한강벨트’ 출마 선언 잇달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출마 희망지를 서울 종로에서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구로 변경한 것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9. 뉴스1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출마 희망지를 서울 종로에서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구로 변경한 것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9. 뉴스1

지난해 10월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 대신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던 하태경 의원(3선)은 서울 중-성동을에 출사표를 냈다. 하 의원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했지만 행선지를 바꾼 것이다. 하 의원은 “당 전략 지역인 한강벨트의 중심에서 깃발을 들겠다”며 “당에서 ‘수도권이 인물난이다’라며 지역구 조정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21대 비례의원 출신인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중-성동을 출마를 선언했다. 3선 출신 이혜훈 전 의원도 21일 이곳에 출마를 선언해 전·현직 의원만 3명인 구도가 됐다. 이곳은 민주당 박성준 의원(초선)의 지역구다. 여당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 금호1~4가동과 옥수동을 중심으로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후보 경쟁력에 따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10총선 서울 구로을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4.1.29. 뉴스1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10총선 서울 구로을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4.1.29. 뉴스1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갑 불출마를 선언한 태영호 의원(초선)은 이날 서울 구로을 출마를 선언했다. 구로을은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지역구로 2004년 17대 총선 이후 민주당 계열 후보자들이 내리 승리한 곳이다. 태 의원은 “‘서울에서의 서진 정책’에 한 몸 던진 것”이라고 했다.

앞서 11일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의 서울 영등포을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17일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서울 마포을에, 전날(28일) 윤희숙 전 의원이 중-성동갑에 각각 출마를 선언하는 등 한강벨트부터 빠르게 후보 진용이 갖춰지고 있다.

한강벨트는 4년 전 총선에선 용산만 빼고 민주당이 모두 차지했지만 2022년 대선 때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승산이 있다고 보고 여당 후보들이 뛰어드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강남서 구로로 서진 정책으로 승부”


당내에선“한강벨트에서 선제적으로 기세를 올려 서울 전역으로 분위기를 옮기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임종석(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희숙(전 국민의힘 의원) 중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냐”며 힘을 실었다.

다만 여당에 유리하지 않은 지역에 주로 비윤계 인사나 장관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용산 핵심들이 아니라 당 비주류 인사나 희생 압박을 받은 장관 출신 인사들이 주로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강벨트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박민식 전 장관은 “재선 의원을 지냈지만 영등포에서는 신인”이라며 “가뜩이나 야권 강세 지역인데 당협위원장이 아니었던 만큼 당원 명부도 볼 수 없어 선거 운동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 친윤은 양지에서 출마 선언
뉴시스

주진우 전 대통령법률비서관은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를 선언했다. 하 의원의 해운대갑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로 대표적인 여당 우세 지역이다. 검사 출신인 주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한 뒤 인수위원회와 대통령실을 모두 거친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해운대갑 지역구는 하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우선 추천’(전략공천) 지역으로 설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주 전 비서관은 전략공천 가능성에 대해선 “중앙당에서 시스템 공천을 하기로 했고 세밀한 기준을 마련해 공정하게 공천할 것”이라고 했다.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의 지역구이지만 분당구는 여당에 우호적인 지역으로 분류된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강승규 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충남 홍성-예산),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경북 구미을) 등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 현역 의원으로 있는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하는 등 용산 참모들은 험지 대신 비교적 여당 우세 지역에서 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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