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회견대신 대담서 ‘디올백’ 입장 밝힐듯… 野 “할말만 한다는 뜻”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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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 국정운영 구상 밝히며
디올백 논란에 대해 설명할 듯
설 연휴 부담… 이달 말에 무게 실려
한동훈 “金여사 사과 얘기한적 없어”… 野 “국민은 사과-엄정한 수사 원해”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를 주제로 열린 여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광역교통 혁신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024.01.25.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를 주제로 열린 여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광역교통 혁신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024.01.25.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해 이달 중 방송 대담으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이 대통령실에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안이 민감하고 논란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차분하고 정교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대담 형태가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간 정면충돌로 ‘김건희 리스크’ 이슈가 더 커지면서 입장 발표의 형식과 시기에 대한 고심은 더 깊어지는 기류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실의 김 여사 대응 문제에 대해 “제가 김건희 여사 사과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나. 제가 그런 말씀을 드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대통령실 “국민 앞 차분하게 설명 필요”


대통령실 관계자는 25일 “대담 진행에 대한 윤 대통령의 최종적인 판단이 남은 상황이지만 검토되는 방안”이라며 “다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대담 방송사로는 KBS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참모들에게 아직 결정된 게 없는 만큼 차분한 대응 기조를 주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담을 통해 집권 3년 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고,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설명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함정 몰카의 상세한 상황을 전달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는 것이다. 김 여사가 “모든 책임이 내게 있고, 충분히 죄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이달 말 대담이 계속 거론되는 건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끌려가는 상태로 설 연휴를 맞는 데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4월 총선이 불과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고, 논란을 매듭지어야 설 연휴 밥상머리 민심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15일 네덜란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공개 행보를 갖지 않고 있는 김 여사의 활동 재개를 위해서도 논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 韓 “김 여사 사과 얘기한 적 없어”


한 위원장이 이날 김 여사 사과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한 점도 주목된다. 김 여사 문제에서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던 답변이 김 여사의 사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 리스크 대응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강하게 충돌했던 만큼 확전을 피하며 대통령실 운신의 폭을 넓혀 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대담 형식이 우선 거론되는 데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어떤 형식이냐보다 대통령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기자회견으로 하면 특정 ‘의견’을 내포한 질문이 나올 것이고, 이렇게 되면 오히려 대통령이 발신하려는 메시지에 혼선이 올 수도 있는 만큼 대담 형식도 괜찮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한 수도권의 전 원외당협위원장은 “대통령이 상황을 설명하겠지만 사과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 않겠나”라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담이 최대치이겠지만, 선거를 뛰는 입장에서는 최소치”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자회견이 아닌 대담 형식을 택한 건 기자들의 매서운 질문은 회피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뜻”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은 김 여사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와 엄정한 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 약속을 원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신년 기자회견을 절대로 못 하겠다며 특정 방송사와의 대담 형식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대담 형식을 두고는 일방 소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전에 조율된 일방향적인 대담 형식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본인과 가족에 대한 자유로운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본인 스스로를 성역화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디올백 논란#방송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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