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앞 ‘보여주기용 입법 드라이브’ 나선 민주당…쟁점법안 강행처리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5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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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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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임기를 5개월 여 남기고 과반 의석수를 앞세운 막판 ‘입법 드라이브’에 나서고 있다. 민주유공자법과 가맹사업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후속법, 공공의대 설립법 등 여당이 반대하는 각종 쟁점 법안들의 강행 처리를 잇달아 예고하고 나선 것.

이 가운데 실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거나, 당내 입법 의지가 강하지 않은 법안들도 다수 포함돼있어 총선용 ‘보여주기식 입법 속도전’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정 지지층만 겨냥한 포퓰리즘성 입법이라는 지적이다.

● 野 주도한 민주유공자법, 본회의 상정 미지수

민주당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민주유공자법이 전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우선 상임위에서 의결한 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실제 본회의 처리를 위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정무위에서 안건조정위원회까지 열어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을 강행처리했다. 해당 내용은 4·19, 5·18 민주화 운동이 아닌 다른 민주화 운동 참가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총선을 앞두고 86 운동권과 노조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목적의 법안”이라고 반발하며 전날 전체회의를 보이콧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민주유공자법의 21대 국회 임기 내 본회의 의결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리적으로 처리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기 때문에 법사위 단계에서 법안이 발목 잡힐 가능성이 크다”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다고 해도 최소 6개월(180일)이 필요하고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회부 한다고 해도 60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내년 1월 임시국회가 종료되고 본격 총선 국면이 시작되면 의원들이 지역구에 ‘올인’(다걸기) 하기 때문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당 내부적으로도 총선용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실제 입법 가능성과 관계없이 ‘민주당이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여당이 합의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 巨野 ‘총선용 입법’ 봇물

민주당이 전날 정무위에서 민주유공자법과 함께 단독으로 처리한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실제 처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해당 법안은 가맹점 사업자가 거래 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는 경우 가맹본부가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여당이 반대하고 있어 패스트트랙이나 본회의 직회부를 하지 않으면 연내 본회의 상정이 어렵다.

민주당이 21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를 예고한 ‘직방금지법’(공인중개사법 개정안) 역시 발의 후 1년 넘게 그 동안 논의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했는데 이달 들어 민주당이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법안은 공인중개사협회에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직방’ 등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에게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 “민주당이 내년 총선 때 전국 공인중개사들의 단체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입법쇼”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밖에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이후 재발의한 ‘양곡관리법 후속법’(농산물가격안정제)과 여야 간 ‘2+2 협의체’에서의 논의를 제안한 공공의대 설립법과 지난달 30일 상임위 문턱을 넘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역시 실제 법안 처리보다는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점유율 50% 미만 중소기업협동조합에 한해 가격 담합을 허용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시장 논리에 위배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몰아붙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여당이 요구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유예기간 연장에 대한 조건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합의를 제시하기도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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