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대장 7명 17개월만에 다시 전원 교체…軍기강잡기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9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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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명수 신임 합참의장 후보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영수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국방부 제공
왼쪽부터 김명수 신임 합참의장 후보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영수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국방부 제공
정부가 29일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비롯해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대장(4성 장군) 7명을 전원 교체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보름만인 지난해 5월 25일 대장 7명을 모두 교체한 지 1년 5개월만에 군 핵심 수뇌부들을 다시 전면 물갈이한 것.

신임 합참의장에는 중장(3성)인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56·해사 43기)이 내정됐다. 중장이 대장 진급 후 첫 보직으로 각군 작전부대를 작전지휘·감독하는 군 서열 1위 합참의장에 내정된 것으로 파격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대장 7명을 전원 교체한 건 북한 무인기 침입 사건,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등 대응에서 난맥상을 보인 군 기강을 다잡기 위한 강한 인적 쇄신 메시지로 풀이된다.

해군 출신이 합참의장에 내정된 건 2013년 10월 최윤희 당시 의장이 창군 이래 최초로 해군 출신 의장으로 내정된 이후 10년만이다. 합참의장에 내정된 김 사령관은 해사 43기로 육사 45기와 동기다. 현 김승겸 합참의장(육사 42기)과 비교하면 의장 기수를 3기수나 내렸다.

육해공군 참모총장에는 각각 박안수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55·육사 46기), 양용모 합참 군사지원본부장(56·해사 44기), 이영수 합참 전략기획본부장(56·공사 38기)이 내정됐다. 한미연합사부사령관에는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55·육사 46기),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에는 손식 특전사령관(55·육사 47기), 육군 제2작전사령관에는 고창준 수도군단장(55·3사 26기)이 내정됐다.

왼쪽부터 강신철 신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손식 육군지상작전사령관·고창준 육군 제2작전사령관 내정자.국방부 제공
왼쪽부터 강신철 신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손식 육군지상작전사령관·고창준 육군 제2작전사령관 내정자.국방부 제공


합참의장에 김명수 해작사령관 ‘깜짝 발탁’


일요일인 29일 전격 단행된 대장(4성 장군)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대장 7명을 전원 교체한 지 1년 5개월 만에 또다시 7명 전원을 물갈이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란 평가다. 대장 임기는 통상 2년인데 7개월 가량 앞당긴 것.

특히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중장)은 1967년 임충식 의장과 1970년 심흥선 의장 이후 53년 만에 처음으로 대장 진급과 동시에 합참의장으로 내정됐다. 대장 7개 보직을 모두 중장에서 바로 진급한 이들로 채운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이라는 평가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두 번째 군 핵심 수뇌부 인사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건 군이 안팎으로 잇따라 논란에 휩싸이면서 쇄신에 나설 시점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는 3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7명 중 합참의장 내정자를 제외한 6명을 임명할 예정이다. 합참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임명된다.

● 대장 7개 보직에 모두 현 중장 내정 “파격”

군은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 침범 당시 늑장 대응과 부실 보고 등으로 총체적인 기강 해이를 드러냈다. 올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대응 과정에서도 난맥상을 드러내며 논란을 키웠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에서도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불거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때문에 수뇌부 전면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전면 쇄신해 새출발에 나설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별들의 별’ ‘대장들의 대장’으로 불리는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이날 대장 진급이 발표된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중장)을 내정한 것을 두고 군 내부에서도 예상 밖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합참의장에 내정한 것은 1994년 한미연합사령관(미국 4성 장군)이 보유한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 합참의장에게 넘어온 이래 처음이다.

정부는 앞서 김 사령관과 정상화 현 공군참모총장을 합참의장 최종 후보로 추려놓고 고심했다고 한다. 군 고위 관계자는 “정 총장이 됐다면 기존 대장 중에서 합참의장을 내정하던 관례를 지키면서 대장 전원 교체 대신 일부는 보직을 바꿔 대장직을 유지 시켜주는 식으로 군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다”면서도 “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일부 질책성 메시지를 담아 전면 교체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했다.

관례 파괴 및 빠른 기수 하향화에 따른 일시적인 군 내부 동요가 생긴다 해도 군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전원 교체키로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신 장관이 전원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윤 대통령에게 피력했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며 “윤 대통령도 싸워서 이기는 군을 만들기 위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인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 체제에서 신 장관을 보좌할 대장 진용부터 완전히 다시 짜 신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합참의장, 전임자보다 3기수 낮아 “세대교체”

합참의장에 내정된 김 사령관이 해사 43기로 육사 45기와 동기인 점을 감안하면 현 김승겸 합참의장(육사 42기)과 비교헤 의장 기수가 3기수가 내려간 것이다. 육해공군 참모총장도 각각 전임자에 비해 2기수가 내려가는 등 대장 인사 전반에 세대교체가 단행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번까지 두 차례에 걸친 군 핵심 수뇌부 인사로 문재인 정부 당시 중장 이상 고위 장성으로 진급한 인물은 이제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으로 내정된 강 본부장만 남게 됐다
이번 인사에선 육군 대장직 4자리 중 제2작전사령관을 제외한 육군참모총장·지상작전사령관·한미연합사부사령관에는 모두 육사 출신을 내정했다. 이번 대장 내정자 7명 중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5월 첫 대장 인사 때는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이 전북 출신이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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