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국회 인준 난항…25일 표결 안되면 대법원장 공백 사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0일 2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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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0일 여야는 이 후보자의 재산 증식 과정과 탈세 의혹 등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적임자라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부적격 인사”라는 기류가 강해 청문회 이후에도 적격성 판단 여부와 심사 경과보고서 채택 등을 두고 충돌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진 만큼 이 후보자의 국회 인준 표결 결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 비상장주식·증여세 의혹 놓고 여야 공방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는 이 후보자의 처남인 김형석 옥산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후보자는 10억 원 상당의 처가 측 회사 비상장주식을 신고하지 않아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6남매인데 사이좋게 지내라고 아버님이 (비상장주식을) 생전에 미리 나눠주셨다”며 “지분 배분 사실을 당시 후보자에게는 고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 후보자 배우자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땅의 증여세가 감액된 점도 함께 지적됐다. 참고인으로 나온 황인규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상한 점은 당시 토지를 계약하고 매입대금 전액 납부한 후 등기를 안 했던 것”며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황 교수가 민주당 소속 의원실 비서관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 없이 너무 극단적으로 답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딸의 현금자산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늘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딸의 4년 소득은 4200만 원인데 현금자산이 1억900만 원 증가했다”며 “후보자의 부인이 딸의 계좌를 이용해 펀드 내지 주식투자를 하고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딸의 연주활동으로 인한 소득, 은행에 금융상품에 투자한 이자 또는 배당소득에 의한 증가액”이라고 답했다. 또 2021년 말 기준 예금 2000만 원이 있는 계좌가 있었는데 2022년도 소득 증가분에서 빠졌다며 “금융기관 조회 회신 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임명동의안 국회 부결시 35년 만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직을 수행하는 데 적임자라고 보고 있다. 재산 신고 누락 의혹도 당시 규정에 의하면 문제가 없거나 의도적인 은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일단 청문회가 모두 끝난 뒤에 내부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선 ‘부적격’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경과보고서에 적격 의견이 기재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며 “부적격 의견이 적히거나 채택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적인 고려보다 이 후보자가 부적격 인사라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국회가 대법원장 대법원장 인준을 부결시킨 사례는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가 유일하다. 만일 민주당이 이 후보자를 부결시키기로 결정한다면 35년 만에 첫 부결 사례가 된다.
헌법상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되기 때문에 국회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별개로 본회의를 열어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임명 동의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다.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반대한다면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야는 표결 시점을 놓고도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당초 이르면 이달 25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이날 본회의 개의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 상정 여부도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아예 25일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는 24일 끝난다. 이날까지 새 대법원장이 임명되지 않으면 법원조직법에 따라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대법원장 공백이 발생하면 전원합의체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고, 연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 제청도 차질을 빚게 된다. 지금까지 대법원장 공백으로 선임 대법관이 후임 대법관을 제청했던 선례는 없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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