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혁신위 “대표 선출때 대의원투표 폐지”… 개딸 당원 권한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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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안 제안후 임기 앞당겨 종료
“권리당원 70%-여론조사 30% 반영, 의정평가 하위 공천때 감점” 제시
“다선 용퇴를” 총선 불출마 촉구도… 비명 “평가 앞세운 공천학살 의심”

김은경 “부족한 말로 불편 드려 사과”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가운데). 김 위원장은 이날 혁신안 발표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부족한 말로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은경 “부족한 말로 불편 드려 사과”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가운데). 김 위원장은 이날 혁신안 발표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부족한 말로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당 대표 선거 때 대의원 투표권을 없애고, 대신 권리당원 비중을 높일 것을 10일 제안했다. 현역 의원 중 의정 활동에서 하위 평가를 받은 사람에 대해선 공천 페널티도 강화할 것을 당 지도부에 권고하며 전·현직 다선 의원들에게는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해 달라”며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다.

당내에선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해 ‘개딸’ 등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란 비명(비이재명)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중진들도 “현역 의원 평가 강화를 명목으로 ‘공천 학살’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혁신안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노인 비하 논란 속 임기를 이달 20일까지로 앞당겼던 혁신위는 이날로 급히 활동을 종료했다. 김 위원장은 “피땀의 결과가 저의 여러 가지 일로 조금 가려질까 그게 가장 두렵다. 명치를 향했던 칼끝이 정말 아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혁신위가 ‘비명계 축출안’을 내놓고 줄행랑쳤다”고 비판했다.

● ‘대의원제 무력화’ 카드 꺼낸 혁신위


혁신위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권리당원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 선출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현행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국민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대의원의 표 가치가 권리당원의 60배에 달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혁신위가 대의원 투표 비중을 아예 없애고 권리당원과 여론조사 비율만 남기자고 한 것. 혁신위는 또 당 지도부 및 현역 의원과 시도당위원장 등으로 구성됐던 대의원의 70%를 권리당원이 직접 뽑도록 권고했다.

친명(친이재명)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이 주장해온 대의원제 폐지와 비슷한 취지여서 당내에선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역 의원 몫으로 뒤늦게 혁신위에 합류한 비명계 황희 의원도 이날 혁신위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호남 지역 한 초선 의원은 “결국 그동안 개딸들과 친명계가 원하는 대로 대의원제는 죽이고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키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의원제 폐지는 대의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반한다”며 “대의원제는 대구·경북이나 부산·경남 등 민주당 권리당원 숫자가 부족한 취약 지역의 소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라고 말한 바 있다.

● 다선들 향해 “후진 위해 용퇴하라”


혁신위는 “선출직 공직자 상대평가 하위자에게도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며 의원 의정 활동 평가 하위 20%에 경선 득표의 20% 감산을 적용하는 현행 규정을 하위 10%까지는 40%를 감산하고, 하위 10∼20%는 30%, 20∼30%는 20%를 감산하는 안으로 개정하자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민 세금으로 의정 활동을 지원받는 것인데 현행 감산 규정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이 밖에 당내 경선에서 단수 공천 허용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며 현역 의원 평가에 ‘공직윤리’ 항목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탈당자 또는 경선 불복자에 대한 감산은 현행 25%에서 50%로 상향할 것을 권고했다.

김 위원장은 “수차례 의원직을 지내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면서 정치 발전에 헌신한 분 중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할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달라”고도 했다. 의장단과 지도부 출신 다선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여러 차례 의원을 지낸 분들 중 후진을 위해 길을 열어줄 만한 분들인데도 다시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OB’들의 불출마도 종용했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불출마 권고 대상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천정배 전 의원 등이 포함되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분들이 용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비명계 재선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자체장을 두 번이나 하고 경기도지사를 지낸 후 당 대선 후보가 되신 이재명 대표가 있는데, 혁신 대상에서 피해 갔다”며 “당 최고 기득권자인 이 대표가 (용퇴 요구에) 응답하라”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민주당 당직자는 “혁신위가 이날 공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민주당 이미지가 나빠진 이유로 무당층 유권자들은 ‘비리 의혹’을 가장 많이 꼽았다”며 “그런데도 혁신위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논란에 대해선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은 것은 모순적”이라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대의원투표 폐지#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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