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울·계룡대 가리키며 “전쟁준비 공세적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0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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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북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열린 당중앙위 본부청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걸린 대형 한국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지도 부분은 의도적으로 뿌옇게 처리됐지만 김 위원장이 콕 집어 가리킨 두 곳은 서울과 충남 계룡대 인근. 김 위원장은 다그치듯 뭔가를 지시하고, 양쪽으로 도열해 앉은 군 수뇌부들은 열심히 경청하고 일부는 초등학생처럼 받아적는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10일 공개한 전날 확대회의 장면들이다. 김 위원장은 “공세적 전쟁 준비”를 하겠다면서 “전선부대들에 중요 군사행동지침을 시달했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통일부는 “8월에 있을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 軍 “金, 한국군 지휘부 무력화 지시한 것”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전선부대들의 확대 변화된 작전 영역과 작전 계획에 따르는 중요 군사행동지침을 시달했다”며 “적들의 공격을 압도적인 전략적 억제력으로 일거에 무력화시키고 동시다발적 군사적 공세를 취하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했다. 그간 탄도미사일 발사, 대남·대미 비난 방식 등으로 주로 반발해온 북한이 앞으로는 ‘군사 작전’으로 도발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이 회의에 참가한 군 장성들 앞에서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놓고 서울과 충남 계룡대 인근을 가리키는 듯한 사진도 공개됐다. 앞서 김 위원장이 올 4월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평택 주한미군 기지 일대를 가리키며 지시하는 사진을 공개한지 4개월 만이다.

이에 대해 군은 “유사시 용산 대통령실과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등 대한민국 지휘부를 최단 시간에 무력화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등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에 맞서 북한이 유사시 한국의 수뇌부를 가장 먼저 제거하겠다는 전쟁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라며 “김정은이 4개월 만에 또 남한 지도를 펼쳐 들고 협박한 것은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를 두려워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달 말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해 용산 대통령실과 계룡대, 평택 기지 등 주요 타깃의 사거리에 맞춰 해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미사일을 동시다발적로 쏘는 ‘전술핵 타격 훈련’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확대회의에서 “위력한 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보유하고 부대들에 실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전술핵을 탑재한 미사일을 최대 수십 곳 표적에 동시다발로 퍼붓는 작전을 세우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국은 김 위원장이 한국의 주요 공항과 항만, 통신 기반시설망을 전술핵으로 일제히 공격하는 방안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리영길 총참모장 재임명, 무력도발 신호”
북한이 이번 당중앙군사위 전체 회의에서 군의 작전을 총괄하는 총참모장(우리의 합참의장격)을 박수일 대장에서 리영길 차수로 교체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규모 무력 도발을 감행하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해임된 뒤 공식 석상에 보이지 않던 ‘군부 1인자’ 박정천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도 이번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서 “군수공장들은 군의 작전 수요에 맞게 각종 무장 장비들의 대량생산투쟁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데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러시아 등을 상대로 군수 물자를 지원하는 ‘무기 세일즈’를 하기 위해 명분을 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재래식 전력에 해당하는 무기들을 생산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미연합훈련 등 한반도의 상황을 명분으로 삼아 재래식 무기를 개발하고 실제로는 러시아 등에 공급하는 ‘세일즈’ 용도로 쓰려는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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