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서관 5명 차관 전진배치…“약탈적 이권카르텔 맞서 싸워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9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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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장관급 2명, 대통령비서관 5명을 포함한 차관급 13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며 국정 장악의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개각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마음) 차관’들을 전면에 배치해 국정 장악력을 극대화하고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 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차관 인선은 국회 인사청문회 등 입법부의 견제 없이 곧바로 임명된다. 부처가 사실상 ‘대통령 직할체제’로 가동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책임 장관제’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오진 관리비서관과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을 각각 국토교통부 1‧2차관으로,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을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을 환경부 차관으로,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으로 임명하는 등 11개 부처 차관 12명에 대한 인선을 단행했다. 5명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윤 대통령과 함께해 온 대통령실 핵심 비서관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개혁 동력도 얻기 위해선 그 부처에 좀 더 대통령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체부 2차관에는 역도 국가대표였던 장미란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가 깜짝 발탁됐다.

윤 대통령은 차관으로 영전하는 비서관들과 별도로 만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고위직 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처리해 나가면서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 달라”고 힘을 실어줬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해 온 이들은 사실상 ‘실세 차관’으로 역할 하며 공직 사회에 긴장과 활기를 불어넣게 될 것”이라며 “부처 국실장급 이상 고위직 인사도 이어질 예정인 만큼 윤 대통령의 부처 장악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에 지명된 김영호(오른쪽) 성신여대 교수와 권익위원장에 지명된 김홍일(가운데) 전 부산고검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3. 06. 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명하고 국민권익위원장에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을 임명했다. 김 실장은 김 후보자에 대해 “원칙 있는 대북정책과 일관성 있는 통일 전략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김 위원장에 대해선 “권익위 기능과 위상을 빠르게 정상화할 책임자”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는 완전히 ‘망사’”, “불통의 독주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회전문 인사를 넘어 대통령실이 직접 부처를 지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를 일개 검찰청 운영하듯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극단적 남북 대결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을 통일부 장관으로 세우고,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을 덮어준 정치 검사를 권익위원장에 앉히려 한다”고 주장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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