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발버둥 사진’ 논란에…아기 엄마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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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17일 0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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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13일 3년 전 한강 투신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의 자택을 찾아 아들 이현 군을 안고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김건희 여사가 13일 3년 전 한강 투신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의 자택을 찾아 아들 이현 군을 안고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 한강 투신 실종자 잠수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의 집을 방문해 유 경위 배우자 이꽃님 씨와 아들 이현 군(3)을 만났다. 김 여사가 당시 이현 군을 안아주는 사진이 보도되자 일부 누리꾼들은 “아이가 발버둥 친다” “우는 아이를 안고 화보를 찍었다” 등의 악성 댓글을 쏟아냈다.

이현 군은 현재 뇌성마비로 치료받고 있다. 뇌성마비는 출생 전후로 뇌가 미성숙한 시기에 뇌병변으로 발생하는 운동 기능 장애다. 이현 군은 평소에도 몸과 손발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워한다고 한다.

이현 군 모친 이꽃님 씨는 해당 사진과 관련해 16일 뉴스1 등 언론에서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손발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것인데, 사람들이 너무 정치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씨에 따르면 김 여사는 당시 이 씨 품에 안긴 이현 군을 바라보다가 “제가 한번 안아봐도 되겠냐”고 물었다. 이 씨는 “‘아이가 (뇌성마비 증상으로) 힘을 주면 매우 무거운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는데, 여사님이 ‘괜찮다’며 기꺼이 아이를 안으셨다”고 했다. 이 씨는 “아이가 낯을 가려서 울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여사님에게 안기니까 씩 웃더라”고 전했다.

이 씨에 따르면 이날 행사를 주관한 국가보훈처는 김 여사가 집을 찾기 1시간 전, 유명 어린이 유튜버를 섭외해 이 씨 집으로 미리 찾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 씨는 “아이가 낯선 사람이 오면 막 우는 경우가 있어서 (김 여사 방문) 1시간 전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버를 보내서 함께 놀아주도록 보훈처가 신경을 많이 써줬다”며 “아이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도 미리 물어보고 준비해올 정도”라고 했다.

당시 김 여사는 국가보훈처의 전몰·순직군경 자녀 지원 프로그램인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 출범식에 앞서 유 경위의 가정을 방문했다. 한강경찰대 소속 수상 구조요원이었던 유 경위는 39세였던 2020년 2월 15일 가양대교 인근에서 한강으로 뛰어든 투신자 수색을 위해 한강에 잠수한 끝에 다시 나오지 못했다. 이현 군은 유 경위가 사망하고 두 달 뒤 태어났다. 아빠를 본 적은 없다.

김건희 여사가 13일 3년 전 한강 투신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의 자택을 찾아 유 경위의 부인 이꽃님 씨와 아들 이현 군의 뇌성마비 재활치료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김건희 여사가 13일 3년 전 한강 투신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의 자택을 찾아 유 경위의 부인 이꽃님 씨와 아들 이현 군의 뇌성마비 재활치료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박민식 국가보훈처장도 김 여사가 이현 군과 찍은 사진을 두고 일각에서 악성 댓글을 단 것과 관련해 “보훈마저 진영 싸움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해당 프로그램은) 보훈 가족으로서 제가 절절하게 느꼈던 아픔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에선 절대 겪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자신의 부친을 언급하며 “어머니는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셨다며 ‘너는 자랑스러운 군인의 아들’이라고 하셨지만, 학교에서 ‘원호대상자 손 들어봐라’ 할 때마다 마치 나라가 공짜 세금 주고 생색내는 것 같아 무안하기만 했다”면서 “어린 시절 누군가가 다가와서 저의 등을 두드려주고 ‘아버지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산다, 고맙다’ 이런 위로의 말을 자주 해주셨다면 저는 아마 훨씬 더 큰 자긍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했다.

박 처장은 “이현이의 장애는 (유 경위의) 갑작스러운 순직이라는 충격 속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프고, 뭐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이현이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천 번이고 안아주고, 만 번이고 눈을 맞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위로와 감사는 못 할지언정, 그 가족들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남기지 말아 달라. 국가보훈처장으로서가 아니라, 국가유공자의 아들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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