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오영환, 총선 불출마 “정치인 한계 느껴…다시 소방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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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10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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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오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23.4.10/뉴스1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오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23.4.10/뉴스1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초선·의정부갑)이 22대 총선을 1년 앞둔 10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거운 마음으로 긴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섰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제가 있던 곳이자 제가 있어야 할 곳, 저의 소망이자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은 “소방관으로서의 마지막 임무는 지난 2019년 독도 앞바다에 추락한 동료 소방 항공대원을 수색하는 일이었고 당선 직후 제가 처음 찾은 곳은 제 동료와 많은 순직 소방관이 묻힌 국립 현충원이었다. 그 묘역 앞에서 저는 ‘함께하던 사명을 이어가지 못해 죄송하다. 하지만 여러분과 함께 꿈꾸던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달 전인 지난달 9일 주택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 한마디에 주택 화재 현장에 뛰어든 순직한 만 29세의 또 한 명의 젊은 소방관의 유골을 현충원에 묻어야 했다. 그 자리에서 전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는 제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였다”고 자책했다.

오 의원은 “국회가 사회적 갈등 녹이는 용광로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 것이 승패의 잣대가 됐다”면서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 하기 바쁜 국민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 한 명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배척 설득 조정하는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선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무너진 민생 경제와 국민 고통 속 현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것조차 방탄이라 매도하고 모든 문제가 전 정부 탓이냐 현 정부 무능 탓이냐의 극한 대립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화를 거부하고 오로지 수사와 감사의 칼부터 들이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 고집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국회 역시 국민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마땅히 국민과 국가의 앞날을 두려워하고 이제 지도자가 결단해야만 한다. 상대를 비난하고 혐오하는 시위소리를 우리 아이들이 따라 부르는 이 사회의 참담함을 멈출 수 있는 건 결국 오로지 국민 통합을 위해 권력을 손에 쥔 이가 먼저 내미는 화해의 손길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제 사명은 소방관이다. 평생 그렇게 살고자 10대부터 결심했고 소방관 출신으로서의 국회, 정치에서의 역할을 요청받아 최선을 다해 그 시간을 감당한 것”이라며 “이 이상의 감당이 어려워 현장으로 돌아가는데 다시금 정치로의 생각은 전혀 없다”고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오 의원은 “이제 소방공무원 수험생으로 돌아간다. 다시 시험을 쳐야 한다. 제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의정부시갑 지역에서의 민주당의 승리에 집중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입법 과제에 대해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화재 피재를 당했으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해 더욱더 참담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사회의 열악한 환경에 있는 화재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에서 확인됐듯 112, 119 신고에 관한 여러 문제가 도출됐다. 119 신고에 대한 법적 근거를 철저히 하고 과학적으로 기능하게 해 국민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빈틈없이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119 신고에 관한 법률도 발의돼 심사 중”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의정부 지역의 발전을 위한 입법 과제도 있을 것이고 의정부 시민의 삶의 질 개선과 더 살기 좋은 의정부를 위한 예산 확보에도 빈틈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정부시갑에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문 부위원장은 2020년 총선 당시 ‘지역구 세습’ 논란이 불거지자 민주당을 탈당해 의정부시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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