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강제징용 합리적 해결 방안 조속히 마련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2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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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 뉴시스
박진 외교부 장관. 뉴시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8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관련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조속히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정부는 지난달 18일 뮌헨에서 열린 양국 외교장관 회담 이후 추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일요일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비공개 방한해 우리 외교 당국과 배상 문제 등을 논의했다. 한일 정부가 막바지 협상에 나선 가운데,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참여 등 핵심 쟁점 관련해 접점을 찾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40여 명과의 단체 면담을 마친 뒤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우리의 높아진 국격에 맞게 정부가 책임지고 과거사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아픔을 적극적으로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모임은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방치하거나 도외시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아무 배상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많이 있다”며 “문제가 일단락되기를 원하시는 유가족분들 말씀에도 깊이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면담은 박 장관과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 유족 및 피해자 40여 명이 참석해 1시간 반 가량 진행됐다.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된 피해자의 유족 6명도 참여했다. 박 장관이 “고령의 피해자에게 마냥 기다려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해결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고 유족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고 한다.

현장에선 6~7명의 유족이 의견을 전한 가운데, 정부의 의지 및 태도 등에 대한 견해는 유족들 간에도 다소 엇갈렸다고 한다. 발언자로 나선 한 유족은 “정부가 돈으로 아버지의 (배상) 판결을 없애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아버지는 돈 때문에 소송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배상안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한다. 또다른 유족은 뒤이어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의 해결책을 말한 것은 처음이고 또 고맙다”며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받아야 하며 국내 재단의 배상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국내 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내는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유족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유족 A 씨는 이날 면담을 마친 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발언하신 분들 중 말씀하신 안(제3자 변제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며 “우리 정부가 빨리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말하신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십수년 동안 정부의 누구도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제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에 감사했고 여러 유족들이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일본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 2019년 항소심에서 승소했지만 4년 가까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고령의 피해자들도 면담에 참석했다. 피해자들은 면담 자리에 참석한 정부와 재단 관계자들에게 “우리가 대법원 판결이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라고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에 참석한 유족 B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를 바란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일본 돈이어야만 받겠다’든지 ‘국내 재단으로부터 배상받지 않겠다’는 의견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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