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 재직 당시 방한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핵심 측근과 깊은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당시 기억까지 되살려가며 17일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준비했다.
여권과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이던 2019년 10월 24일 양국 검찰 협력 및 국제 교류차원에서 방한한 셰이크 사우디 알모젭 사우디아라비아 검찰총장을 만났다. 검찰이 한창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던 시기다. 당시 두 총장은 오찬에 이어 대검찰청에서 환담을 나눈 뒤 만찬까지 함께 하며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당시 특별한 환대를 했다”고 전했다. 이튿날 전자발찌 관제센터까지 둘러본 알모젭 총장은 윤 총장에게 “환대에 너무 감사하다”며 사우디 방문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모젭 총장은 사우디판 ‘적폐 수사’의 핵심 인물이다. 부패 혐의로 구금돼 조사받은 왕족 등 고위 인사들로부터 석방 합의금으로 4000억 리얄(약 114조 원) 이상을 환수했다. 소수 세력의 특권을 깨며 법치주의 원칙을 강조한 반부패위원회 활동은 반대 세력에 강력한 경고를 날리며 빈 살만 왕세자에 권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통상 사우디에서는 핵심 공직을 왕자들이 맡아왔지만 비왕자 출신인 알모젭 총장은 ‘피의 숙청’으로 권력 강화와 국고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빈 살만 왕세자의 신임을 받았다. 알모젭 총장 방한 당시 주한 사우디대사관 관계자들도 그를 깍듯하게 예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17일 빈 살만 왕세자와의 방한을 앞두고 당시 알모젭 총장과의 만남과 대화까지 참고할 만큼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심을 나누기엔 집 만한 곳이 없다”며 오찬 및 회담 장소로 한남동 관저를 택했다. 여권 관계자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양측 대화 분위기를 부드럽게 조성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과 방산을 기치로 ‘수출’에 역점을 주고 있는 윤 대통령이 사우디를 순방지로 선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와의 환담에서도 윤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논의가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수소에너지 개발, 탄소 포집 기술, 소형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인력 양성을 비롯해 사우디 국방역량 강화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협력을 희망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23일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환담과 관련해 “양국이 체결한 업무협약(MOU) 26건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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