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의-국민 공감대 살펴서 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면서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직접 사면을 검토 중이란 식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선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만 했다.
다음 달 8일 부처님오신날을 계기로 전격 사면에 나선다면 그 대상이 어디까지일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할 경우 정치권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도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文, MB사면 관련 “잘 살펴 판단” 직접 답변… 내주초 결론 낼듯
“MB사면 찬성도 많다” 언급… 종교-재계 등 “국민통합” 건의
靑관계자 “여러 의견 듣고 고심중”… 국민청원 답변서 진전된 메시지
단행땐 이재용 등 포함 여부 촉각… MB, 추징금 58억 지난해 완납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검토 중이란 취지로 공개적으로 밝혔다. 임기(다음 달 9일까지) 중 이 전 대통령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사면 가능성도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종교계 재계 등에서 국민통합을 이유로 사면을 적극 건의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언급한 자체가 사면 단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 다만 국민 여론이 이 전 대통령 등 사면에 크게 호의적이지 않은 데다 지지층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문 대통령 입장에선 부담도 작지 않다. 문 대통령은 주말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충분히 고심한 뒤 다음 주 초 최종 결심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 文 “국민 공감대 잘 살펴 사면 판단”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단행 당시 이 전 대통령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두고 “경우가 다르다”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올해 3월 인사권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갈등을 빚을 때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 전부터 윤 당선인 측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청와대에선 “윤 당선인이 취임 이후 하면 될 일을 두고 문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종교계와 재계,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사면 건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문 대통령의 고심이 다시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마지막 간담회에서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를 사면 기준으로 제시했다. 사면 가능성을 열어둔 것. 이어 29일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하면서 사면 가능성에 대해 더 진전된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사면 관련 여론을 다양하게 듣고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 文, 주말 내내 사면 고심할 듯

국무회의는 통상 화요일에 열린다. 문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가 될 가능성이 있는 다음 달 3일(화요일) 전까지 사면심사위 등 관련 절차를 밟기 위해선 문 대통령이 주말 사이에 결심을 굳혀야 한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금요일인 5월 6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심의해도 된다”며 “문 대통령은 이번 주말 사면을 두고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등을 사면한 ‘2022년 신년 특별사면’은 지난해 12월 20, 21일 이틀에 거쳐 사면심사위 심의를 거쳤다. 이어 3일 뒤 임시국무회의에서 특별사면을 의결해 공포했다.
이번 사면 단행 시 그 범위를 두고도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까지 포함시켜 전면 사면에 나설지,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만 대상으로 한 ‘핀포인트’ 사면에 나설지, 아예 사면하지 않을지 등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함께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8000만 원이 확정됐던 이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를 공매한 돈으로 지난해 9월 추징금 전액과 벌금 48억 원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벌금 82억 원이 미납인 상태”라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