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피하다… KT-1 훈련기 공중충돌 주원인은 ‘경로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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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7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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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故) 이장희·전용안 비행교수, 정종혁·차재영 대위. © 뉴스1
왼쪽부터 고(故) 이장희·전용안 비행교수, 정종혁·차재영 대위. © 뉴스1
지난 1일 경남 사천에서 발생한 공군 KT-1 훈련기 공중 충돌 및 추락사고의 주원인이 ‘비행경로 이탈’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관제사들도 훈련기들의 ‘이상 경로’를 바로잡지 않은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공군은 관련자들을 문책위원회에 회부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공군은 27일 “이번 사고 발생 직후 사고조사단을 구성해 현장 조사, 비행기록장치 분석, 당시 임무 조종사와 관제사 진술, 기체·엔진, 비상탈출장치 등 잔해 조사, 상황 재연 및 검증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심층 조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사천 소재 공군 제3훈련비행단(사천기지)에선 이딜 1일 오후 1시32분쯤 KT-1 훈련기 2대(1·2번기)가 편대비행 훈련을 위해 10초 간격으로 이륙했다. 비행교수가 조종하는 1번기를 학생조종사의 2번기가 따라가는 시계비행 훈련을 위한 것이었다.

또 이들 두 훈련기 이륙 후 35초가 지나선 다른 KT-1 훈련기 1대(3번기)가 계기비행을 위해 이륙했다. ‘계기비행’이란 조종사가 육안으로 지형지물을 살피지 않고 항공기에 장착된 계기에만 의존해 비행하는 것을 말한다

먼저 이륙한 편대 비행조(1·2번기)는 당초 활주로 좌측 방향으로 상승해 기지 북쪽 임무공역을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편대 1번기가 경로상의 구름을 피하기 위해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2번기는 1번기로부터 그 이유를 통보받지 못한 채 편대 대형을 유지하며 계속 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군 관계자는 “비행을 선도한 1번기에서 ‘2번기가 편대를 유지하며 구름을 뚫고 가기가 부담스럽다’고 판단해 가능한 한 구름이 없는 쪽으로 경로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종사가 비행환경을 고려해 경로를 바꾸는 건 정상적인 일이지만, 이번엔 2번기에 대한 통보 절차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계기비행에 나선 3번기는 계획된 경로·고도를 따라 기지 우측 상공으로 선회해 남쪽 임무 공역으로 비행 하고 있었지만, 편대 비행조가 항로를 변경한 사실을 알지 못해 훈련기 3대가 기지 남동쪽 상공에서 근접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1번기는 3번기가 580m 거리까지 접근한 것을 육안으로 확인한 뒤 회피 기동을 실시했지만, 뒤따르던 2번기는 3번기를 피하지 못한 채 90도 각도로 충돌했고 결국 2대 모두 추락했다.

지난 1일 오후 1시36분쯤 경남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 한 야산에 공군 KT-1 훈련기 2대가 추락했다. 사고 현장 인근의 교회에 기체 파편이 떨어져 있다. 2022.4.1/뉴스1 © News1
지난 1일 오후 1시36분쯤 경남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 한 야산에 공군 KT-1 훈련기 2대가 추락했다. 사고 현장 인근의 교회에 기체 파편이 떨어져 있다. 2022.4.1/뉴스1 © News1


훈련기 2대의 공중 충돌 사고가 발생한 곳은 기지 남동쪽 약 3㎞ 지점의 고도 약 1.5㎞ 상공이었고, 충돌 당시 기체의 속도는 시속 290여㎞였다.

이 사고로 항공기 기체가 여러 조각으로 공중 분해됐고, 타고 있던 이장희·전용안 비행교수와 학생조종사 정종혁·차재영 대위(추서 계급) 등 4명이 모두 순직했다.

충돌 당시 충격 때문에 조종석이 사출되고 일부 조종사의 낙하산이 펴지긴 했지만, 비상탈출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미처 비상탈출용 레버를 당기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군은 “사고 항공기의 기체나 사출계통 결함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충돌사고는 공군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KT-1 훈련기들 간의 충돌사고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통상 훈련시간과 경로·고도를 분리해서 비행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1번기가 고도·경로를 임의로 변경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2번기나 지상 관제사 등에 알리지 않으면서 결국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관제사는 공군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기지 인근 넓은 범위의 항공기를 모니터하는 과정에서 KT-1의 경로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했고, 이에 간격 분리 등 적극적인 조언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공군은 “조종사들이 비행절차를 정확히 준수하지 않았고 항공기 발견 때 적절한 회피기동을 못했다”며 “전반적으로 조종사들의 전방 공중경계 소홀, 관제사의 관제지원 미흡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임무 중 과실이 밝혀진 비행교수(1번기)와 관제사·지휘책임자를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또 모든 조종사·관제사를 대상으로 유사사고 재발방지 교육을 하고, 비행절차를 개선해 위험한 수준으로 근접비행하지 않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이번 추락사고 때문에 중단됐던 KT-1 훈련기의 비행은 오는 29일 검증비행 뒤 내달 2일부터 점진적으로 재개된다.

공군은 “순직한 비행교수, 학생조종사의 명복을 빌고 가족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국민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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