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文대통령 친서에 발빠른 화답… ‘바이든이 보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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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2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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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
평양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친서’에 발 빠른 답장을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도 1년 넘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비된다는 이유에서다.

2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20일 문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으며, 하루 뒤인 21일 답신했다. 김 총비서는 문 대통령에게 보낸 답신에서 ‘역사적인 남북 공동선언’ 발표 당시를 회상하며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써온 문 대통령의 고뇌와 노고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김 총비서가 답신 친서에서 언급한 ‘역사적인 남북 공동선언’이란 2018년 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당시 채택한 ‘4·27판문점선언’과 제3차 정상회담 뒤 채택한 ‘9·19평양공동선언’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김 총비서가 이번 친서 교환을 통해 문 대통령이 내달 퇴임하더라도 현 정부와의 합의를 당장 ‘폐기’할 생각이 없음을 밝힌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벌써 13차례(실패 1차례 포함)에 걸쳐 각종 미사일과 방사포 사격 등의 무력도발을 벌인 데다, 특히 지난달 24일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까지 4년여 만에 재개했다.

게다가 현재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 지하갱도 복구를 진행 중인 듯 제7차 핵실험 준비에도 나선 상황이다. 2018년 4월 김 총비서 스스로 약속했던 ‘핵·ICBM 모라토리엄(유예)’을 깨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내용만 봐선 남북한 간의 긴장 국면을 전환하겠단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북한이 청와대와의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친서 교환사실과 그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점 또한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케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선 김 총비서가 ‘친서 외교’에 즉각 반응한 사실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추후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단 판단에서다.

앞서 2018년 6월 북한 비핵화 문제를 화두로 협상에 나섰던 북한과 미국은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간 2차 정상회담과 같은 해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이 최종 결렬된 뒤 더 이상 공식적인 대화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미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인 작년 상반기부터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밝혀왔으나, 북한은 ‘대북 적대정책과 2중 기준 철회’를 대화 선결조건을 제시하며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해온 상황이다.

미 당국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적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북한 측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이나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해제 등 가시적 조치를 통해 이를 입증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측의 이 같은 요구는 “대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는 바이든 정부의 원칙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런 가운데 일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김 총비서 앞으로 보내는 친서가 북미 간 대화 재개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2월 미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당시 우리 측이 미국에 제안했다는 ‘새로운 대북 관여 방안’이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 발송을 뜻한다는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발사하며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다”는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이 김 총비서에게 친서를 보낼 가능성 자체가 희박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중국·러시아와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친서 발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현 시점에서 대북 친서를 발송할 경우 국내 정치적으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바이든 대통령이 친서를 쓰면 북미관계도 영향을 받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며 “북미 간 소통채널이 적절치 않았던 2018년과 달리 지금은 북한이 원한다면 직접 미국에 대화를 제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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