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이은 담화로 ‘尹정부’ 길들이기… 대북정책 영향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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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5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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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김여정 당 부부장. © News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김여정 당 부부장. © News1
북한의 대외 총괄이자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대남 담화로 연일 새 정부를 ‘시험대’에 올리는 모습이다. 앞서 “남조선(남한)에 대해 많은 것을 재고하겠다”는 담화를 냈던 김 부부장은 이틀 만에 우리 측이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진 않을 것이란 취지의 담화를 냈다.

김 부부장은 5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한 담화에서 “우린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남한이 ‘군사적 대결’을 선택한다면 “핵전투무력이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를 발표하기 이틀 전엔 서욱 국방부 장관의 ‘미사일 발사 원점 타격’ 발언을 강력 비난하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김 부부장은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고 했던 지난 담화에 이어 이번에도 “원수님(김정은)가 이미 우리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며 남조선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며 김 총비서의 뜻을 전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다만 김 부부장은 서 장관을 향해 “미친X” “쓰레기”라고 거칠게 비난한 이틀 전 담화와 달리 “군을 대표한다는 자(서욱)가 우리를 적으로 칭하며 ‘선제타격’을 운운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대단히 큰 실수였다”며 그 수위를 크게 낮췄다.

김 부부장은 또 앞선 담화에선 “우린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며 추가 행동을 예고하는 듯 했으나 이날 담화에도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언급은 담기지 않았다.

김 부부장의 앞선 담화 이후 국내에선 2018년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 파기,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폐지 등이 예상됐던 상황이다.

북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평양 노동신문=뉴스1)

대신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재차 상기하며 ‘핵무력’의 사명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엔 남북한 간의 긴장이 자칫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 있단 해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특히 이번 담화에서 “이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다”며 “남조선이 군사적 망동질을 하는 경우의 우리 대응과 그 후과(결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인 동시에 또한 남조선이 핵보유국을 상대로 군사적 망상을 삼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자신들의 핵보유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임을 강조, 혹시라도 남측의 오판에 따라 전쟁에 휘말리면 김정은 정권도 더 이상 존재하게 어려워짐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며 “결론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북측의 의도가 잘 드러난 담화”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현재 김 총비서 집권 10년을 맞아 내부적으론 경제성과 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내달 취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힘을 통한 평화’를 대북 기조로 앞세운 만큼, 북한의 이번 담화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의식한 측면이 있단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김 부부장의 담화는 1차적으론 서욱 장관 발언과 우리 군을 비난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간접적으론 윤 당선인의 ‘선제타격’ 발언 등을 견제하고 우회 비난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양 부총장은 “(북한이) 표현 수위를 조절하고 대남 행동적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단 점에서 우리 새 정부와도 대화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김 부부장의 최근 2차례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관영 조선중앙통신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볼 수 있는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여기엔 내달 우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급변할 가능성에 대비해 내부 결속을 꾀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며 질문하는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22.4.5/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며 질문하는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22.4.5/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다만 북한은 자신들의 핵보유가 정당하다는 주장과 함께 남한의 군사력을 폄하하는 등 자극적인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남북 간 ‘기싸움’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우리 군을 향해 “날아오는 포탄이나 막을 궁리만 하고 앉아 있어도 참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든가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은 “가당치 않다. 망상이다”는 등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은 이달 중순 이후 올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을 진행할 예정. 북한은 그간 한미훈련의 규모·형식 등과 관계없이 “북침연습”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한미훈련을 명분으로 삼아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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