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완료 땐 서울까지 1분…전진배치하면 수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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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3일 0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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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달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발사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달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발사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달 28일 ‘신무기’를 선보여 각국 군사 전문가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바로 ‘화성-8형’이라고 명명한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지난달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진행한 ‘화성-8형’ 미사일 시험발사 결과 “목적했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화성-8형의 비행거리·고도 등 시험결과 세부사항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한미연합자산을 통해 탐지한 화성-8형의 속도 등을 근거로 “개발 초기단계”에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화성-8형은 이번 시험에서 마하3(음속의 3배·시속 약 3672㎞) 안팎의 속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흔히 ‘극초음속’이라 불리는 마하5(음속의 5배·시속 약 6120㎞)엔 못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과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KN-24 개발을 통해 극초음속 분야 기술을 축적해왔다는 점에서 이른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고 보고 있다.

KN-23의 경우 지난 2019년 시험발사에서 마하6~7(시속 약 7344~8568㎞) 수준의 속도를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올 1월 김정은 총비서 주재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당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극초음속 활공체·HGV) 개발 도입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그로부터 약 8개월 만에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이와 관련 일본 내 친북단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달 29일자에서 “‘화성-8형’을 포함한 조선(북한)의 전략·전술무기 개발은 전쟁억제력을 비축하고 자기 스스로를 지키는 데 목적이 있다”며 “조선의 국가방위력 강화사업엔 정해진 계획과 노정도(로드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북한의 ‘화성-8형’과 같은 HGV 탑재 미사일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순항미사일에 스크램제트 엔진을 탑재해 발사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저고도로 고속 비행할 수 있는 HCM과 달리, HGV 탑재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의 로켓엔진 추진체에 활공체(글라이더) 형태의 탄두부를 얹은 것으로서 발사 후 목표 고도까지 상승한 뒤엔 활공체가 추진체로부터 분리돼 지구 중력과 공기 흐름 등에 따라 표적까지 활공하며 날아가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중력가속도가 발생하기 때문에 HGV는 음속을 뛰어넘는 속도를 낼 수 있다. 또 HGV엔 각종 유도장치가 내장돼 있어 활공 중 적의 방공망을 피하기 위해 고도나 궤도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북한은 이미 KN-23 개발 등을 통해 미사일의 ‘풀업기동’(발사 후 하강하다가 재상승하는 것)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HGV)의 지상 탐지 비교 (미 의회조사국) © 뉴스1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HGV)의 지상 탐지 비교 (미 의회조사국) © 뉴스1
미국이 개발 중인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나 AGM-183A ‘애로’(공중발사 신속대응 무기·ARRW)이 이 같은 HGV 방식의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중국의 ‘둥펑(DF)-17’, 러시아의 ‘아방가르드’ 등 또한 HGV 방식의 극초음속 미사일로 개발됐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화성-8형’에 대해 “실전배치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며, 현재 한미연합자산으로 탐지·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후 화성-8형 개발을 완료해 전력화에 들어간다면 현재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체계만으론 대응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에 보도된 ‘화성-8형’ 시험발사 사진을 봤을 때 이 미사일엔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사거리 4500㎞ 추정)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최대 사거리 1만400㎞ 추정)과 같은 ‘3·18혁명엔진’이 탑재된 것으로 보인다. HGV는 이론상 비행체가 추진체로부터 분리되는 고도가 높을수록 더 멀리 있는 표적을 더 빠른 속도로 타격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즉, 북한의 ‘화성-8형’이 앞으로 마하5 이상의 속도에 도달한다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1~2시간 내에 타격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평양에서 쐈을 때 1분15초 정도면 서울(직선거리 약 195㎞)에 도달하고, 휴전 인근에 전진 배치될 경우엔 30초가 채 안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하더라도 요격하기엔 빠듯한 시간이다.

특히 우리 군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현재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로부턴 “수십~수백m 고도로 순항미사일도 제대로 탐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

게다가 북한은 ‘화성-8형’을 “전략무기”라고 소개, 핵 투발수단으로서 개발 중이란 사실 또한 숨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개발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군의 대비태세도 갖춰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군사 소식통은 “북한은 무기개발에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그 개발속도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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