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사과 7번·文대통령 ‘격노’…또 불거진 서욱 책임론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13일 17시 44분


코멘트
서욱 국방부 장관. 2021.7.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 2021.7.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 2021.8.13/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 2021.8.13/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문재인 대통령. 2021.8.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 2021.8.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공군에 이어 해군에서도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욱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를 향한 ‘책임론’이 재차 끓어오르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 보고를 받은 뒤 “격노했다”는 청와대 발표까지 나오면서 군 안팎에선 “서 장관도 이번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국방부에 따르면 서 장관은 ‘성추행 피해자’인 해군 제2함대 소속 A중사(32·여)가 전날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대해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서 장관이 이처럼 군 관련 사안을 두고 대국민사과 입장을 밝힌 건 작년 9월 취임 이후 이번이 7번째다.

서 장관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국방부조사본부와 해군중앙수사대 전문 인력으로 특별수사팀을 편성해 한 치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 유족과 국민께 소상히 밝히겠다”는 말도 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A중사는 2함대 예하 도서지역 부대에서 근무하던 지난 5월 상관인 B상사와 부대 인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함께하던 중 성추행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중사는 즉각 소속 부대 주임상사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으나, 주임상사는 A중사가 사건 재발방지를 요청하면서도 “피해사실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B상사에게 주의를 준 건 외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해군 측 설명이다.

이후 성추행 피·가해자 분리 조치 없이 해당 부대에서 계속 근무해온 A중사는 이달 7일 부대장 면담을 요청해 B상사로부터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재차 보고했고, 이 사건은 이틀 뒤인 9일 군사경찰에 정식으로 신고 접수됐다.

A중사는 군사경찰의 신고 접수와 함께 가해자와의 분리 차원에서 육상 부대로 파견 조치됐고, 이달 10일엔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11일엔 B상사에 대한 가해자 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그 직후 A중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군 등 군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앞서 군에선 이모 공군 중사가 올 3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가해자 및 소속 부대 상관들로부터 사건 무마를 위한 회유·압박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다 두 달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군복을 벗었고, 서 장관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국방부는 이 중사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피해 특별 신고 기간’을 운영하는 등 군내 성폭력 사건 재발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책 마련을 모색해왔지만, 결과적으로 A중사의 죽음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서 장관은 A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사망 전날(11일)에서야 처음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부사관 이상 계급자와 관련된 성범죄가 발생했을 땐 국방부에 즉시 보고토록 한 국방부의 ‘성폭력 예방활동지침’이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고일(9일) 기준으론 이틀 만에 장관에게까지 관련 사항이 보고된 것이지만, 성추행 사건 발생일(5월27일)로부턴 70여일 훌쩍 지난 뒤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 이 중사 사건 발생 직후 서 장관이 관할하는 국방부 직할부대 소속 현역 장성이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이날 A중사 사건을 보고받은 뒤 “공군에 이어 유사 사고가 거듭된 것에 대해 ‘격노’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대통령 발언 관련 브리핑에서 ‘격노’란 표현이 등장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만큼 이번 A중사의 죽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방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서 장관은 지난달에도 해외파병 중이던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으로 조기 복귀한 사태와 관련해 ‘문책론’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달 4일 군 주요지휘관 보고 때 “(우리 군이) 근래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국민 신뢰를 잃고 큰 위기를 맞게 됐다”면서도 “절치부심하고 심기일전해 분위기를 일신하고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당부, 사실상 서 장관을 ‘재신임’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출석 당시 야당 의원들의의 사퇴 요구에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자신의 거취 문제는 ‘인사권자’, 즉 문 대통령이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이번 A중사 사건과 관련해선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마저 서 장관의 “분명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그의 입지가 더욱 더 좁아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오는 16~26일 올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연습(21-2-CCPT)이 실시될 예정임을 들어 “훈련 뒤엔 서 장관의 거취 문제가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