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대미 ‘말폭탄’…남북미 관계 ‘주도권’ 위한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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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2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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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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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일 대남·대미를 향한 담화를 3개나 쏟아내며 남측에는 ‘상응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미국에는 외교 정책과 북한 인권 문제 지적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경고’에 나섰다.

이 같은 북한의 행동은 향후 미국 대북 정책 발표 이후 흘러가게 될 남북미 협상 상황에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상황을 이끌며 존재감을 과시하겠다는 ‘포석’을 깔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2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최근 일부 탈북자 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한 것을 두고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을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그로 인한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더러운 쓰레기들에 대한 통제를 바로하지 않은 남조선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 담화의 대상을 전적으로 우리 정부다. 하지만 이는 우리 정부를 흔들면서 정부가 미측과의 한반도 문제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북측의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즉 남측을 흔들어 미국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행위라는 설명이다.

이달 말 미국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으며 미국 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우리 정부를 이용해 미 측과의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잡기 위한 북한의 의도가 숨어있는 셈이다.

남북 관계에서의 확실한 주도권은 남한이 아닌 ‘북한’이 쥐면서 추후 한반도 문제를 두고 남북미 간의 협상이 이뤄져야할 때,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답을 이끌어 내기 위한 포석을 두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같은 날 오전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을 언급하며 ‘큰 실수를 했다’면서 “미국의 새로운 대조선정책의 근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북 핵 프로그램에 대해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대응이다.

북한은 권 국장에 이어서 바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북한은)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날을 세웠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 국가의 영상(이미지)에 먹칠을 하려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으로, 우리의 국가주권에 대한 공공연한 침해”라며 “대유행전염병으로부터 인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국가적인 방역조치를 ‘인권유린’으로 매도하다 못해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이)우리와의 전면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로 되며 앞으로 우리가 미국의 새 정권을 어떻게 상대해주어야 하겠는가에 대한 명백한 답변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 당국자들의 언급에서 지금까지 북한이 요구한 대북 적대정책 철회 등 만족할 내용을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아직 대북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미국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요구를 끝까지 관철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미국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나 양보를 원한다는 입장을 이번 두 개의 담화를 통해 명확히 한 셈이다.

특히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있어서 인권은 곧 국권’이라며 미국의 이를 통해 ‘내정간섭’ ‘제도전복’의 의도가 있다고 재차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도 대북 정책에 인권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대남·대미 담화에는 약간의 온도차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남 담화는 백두혈통이자 김정은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의 명의로 발표된 것과는 다르게 대미 담화 2개는 외무성 대변인과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의 명의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대미 메시지는 김여정 부부장보다 권위가 낮은 이들의 명의로 내면서 미측에 수위 조절을 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개의 담화가 동시에 나온 것은 아주 이례적이며,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 발표 및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상황에서 기싸움의 성격도 있다”면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한미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향후 우리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평화프로세스의 지속추진을 위해 동등한 입장에 토대한 북미 간 조속한 대화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설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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