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 ‘반성·사과’ 제대로 된 방향인가…핵심은 부동산정책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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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31일 0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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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3.29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3.29 © News1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發) 부동산 민심에 놀란 여권이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사과와 반성을 앞세워 민심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여권의 사과를 놓고 그 내용과 방향이 민심의 요구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LH 사태를 부동산 적폐의 산물로 보는 여권의 반성 기조로는, 집값 급등으로 정권에 대한 실망이 누적된 분노의 민심을 누그러뜨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LH 사태 초기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자, LH 사태는 물론 공직자와 기획부동산 등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수사와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내세우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치 수준을 맴돌았고, 민주당 지지율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4·7 재보선의 승패를 좌우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는 야당 후보에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여권은 ‘반성 모드’로 선회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8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시민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 쓰여져 있다. 2021.3.29 © News1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 쓰여져 있다. 2021.3.29 © News1
문 대통령도 LH 사태 발생(3월2일) 2주 만인 지난 16일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주재한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동산 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지금을 우리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도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이같은 반성 모드에도 민심은 좀처럼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LH 사태 발생 한 달도 채 안 돼 취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고, 민주당의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은 물론 4월 재보선에 나선 여야 후보들의 격차도 더 커졌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를 대하는 여권의 스탠스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반성 모드’는 LH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면서 이를 ‘부동산 적폐청산’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그 방향과 내용 자체가 지난 4년간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부동산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국민들과 생각과 거리감이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와 관련,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에서 “LH 투기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지금 여당이 재보선에서 밀리는 이유가 마치 LH 사건 때문인 것으로 알고 감정적으로 과도한 처벌법을 제정함으로써 선거에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만, 현 정부의 기존 부동산 정책에 훨씬 더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일부 실패는 했지만 정책의 방향은 옳다는 평가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뉴스1과 통화에서 “대표 정책의 실패는 정권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은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또 다시 ‘적폐청산’을 앞세워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극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 외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지금 국민들의 근본적 요구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과감히 인정하고 유연하게 정책을 전환하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의식한 듯 여권 내에서도 자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9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우리 정책 의도가 옳아도 현실과 현장에서 집값이 그렇게 뛰었으면 왜 안 맞았는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겸손하게 돌아보고 국민께 사과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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