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사일 발사 ‘모른척’ 경제 시찰 집중…도발 수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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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6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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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전날인 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 추정 발사체에 대해 26일 ‘신형전술유도탄’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2면에 발사체의 사진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전날인 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 추정 발사체에 대해 26일 ‘신형전술유도탄’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2면에 발사체의 사진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를 직접 지도하지 않고 결과만 보고 받으면서 대외 메시지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26일 제기된다.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주도로 무기 개발은 계속하되 미국의 태도 변화에 따라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도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김 총비서가 ‘호안다락식주택구’를 건설할 구상으로 평양 보통문주변 강안지구를 둘러보고 새로 생산된 여객 버스를 시승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이뤄진 단거리 탄도 미사일 추정 ‘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 소식은 2면 일부에만 게재됐다.

신문이 김 총비서의 이번 현지지도 날짜는 밝히지 않아 시험발사 당일에 시찰이 진행됐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발사 현장은 참관하지 않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 보도에 리병철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 군수공업부 일꾼들, 국방과학연구부문의 지도간부들이 무기 시험을 ‘지도’했다고 명시됐기 때문이다. 김 총비서가 어떤 식으로든 현장에 있었다면 리 부위원장에 ‘지도’라는 표현을 쓰긴 어렵다. 리 부위원장은 시험발사의 ‘성공적인 결과’를 즉시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고하고 당 중앙의 축하도 국방과학연구부문에 전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날 신문의 보도 방식을 보면 김 총비서는 민생 경제 챙기기에 집중하고, 대외 메시지에 대해서는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23일 평양시 사동구역 송신, 송화지구 1만 세대 살림집(주택) 착공식에 참석한 김 총비서는 이번에도 평양 중심부에 800세대 주택을 올해 안에 건설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는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는 별도로 당 중앙위가 직접 추진하는 것이며 올해 안에 완공해 노력혁신자, 공로자들과 과학자, 교육자, 문필가 등 근로자들에게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대대적인 평양시 주택 건설 사업은 김 총비서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포함한 구상으로 대표적인 ‘민생 챙기기’ 행보로 볼 수 있다. 이날 신문이 주민들에게 시험 발사가 아닌 경제 현장을 찾은 김 총비서를 보여줌으로써 현시점의 국가 기조의 방점은 ‘경제’에 찍혔다는 걸 보여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 총비서의 행보는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병행적으로 추진하되, 올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성과 도출에 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보여 준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과 운영을 리병철 부위원장에게 맡기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면서 자체적인 무기 개발과 시험 발사는 계속할 것임을 암시한 것일 수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무기 개발 계획을 밝히고 국가방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에 따르면 이번 무기는 ‘이미 개발된 전술유도탄의 핵심기술을 이용하면서 탄두중량을 2.5톤(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다. 또 시험 발사한 2기가 동해상 600㎞ 수역의 설정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고위당국자들이 한일 순방 중 북한 인권 문제를 작심 비판하는 등 ‘적대적’인 행보를 보이자 ‘대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김 총비서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아직은 본격 대결 구도의 전개까지는 아니지만, 앞서 밝힌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따라 미국의 대응 수준에 맞춰 도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오는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요청에 의해 열리게 돼 주목된다. 대북제재위는 안보리 회의보다는 낮은 수준의 대응이지만 추가 제재가 논의된되면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통해 ‘강대강’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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