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금은 비상 상황”… 박원순 옹호하면서까지 지지층 결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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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對 오세훈]
여론조사서 30, 50대 지지이탈 뚜렷… “보선서 패배 가능성” 위기감 커져
임종석 “박원순 가장 청렴한 공직자”… 강성 지지층 향해 공개 옹호 글
당 내부선 “되레 역효과” 우려도… 이낙연, 버스타고 유권자 만나기로

與 2030선대위 출범식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 서울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박영선캠프 2030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與 2030선대위 출범식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 서울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박영선캠프 2030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 5년 동안 이렇게 심각한 선거는 없었던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3일 4·7 보궐선거를 둘러싼 양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네 차례 전국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이어 승리했지만 이번에는 “이러다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팽배해 있다는 의미다. 각종 여론조사 수치 역시 민주당이 열세로 돌아선 상황. 민주당은 2주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대대적인 지지층 결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초비상 민주당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며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진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또 “생활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꾼 찾아가는 동사무소, ‘찾동’에서도 박원순의 향기를 느낀다”며 박 전 시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 지 엿새 만에 다시 박 전 시장을 소환해 낸 것. 정치권에선 강성 여권 지지층 결집을 노린 글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여당 의원은 “산전수전 다 겪은 임 전 실장이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시점에 박 전 시장을 언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내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은 그야말로 초비상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현 시점을 위기로 보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점점 더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다.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실시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31.4%)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53.4%)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두 후보 간 격차가 22%포인트까지 벌어졌다(서울 거주 성인 1007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당내 경선과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 등을 거치며 단일화 효과를 누린 오 후보의 기세가 상승세라는 점도 부담”이라고 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더 심각한 건 지지 기반 이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자체 여론조사를 봐도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30대와 50대의 민주당 외면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 지지층은 빠르게 결집하고 있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은 더딘 상황”이라고 했다. 여기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여당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당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하락 국면이라는 점도 고민을 키우고 있다.

○ 내부에서도 “중도층 잃는 역효과 우려”

민주당은 당분간 최대한 많은 ‘집토끼’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데 집중해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를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 캠프가 이날 “진짜 여론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현장에 있다”는 홍보물을 게시하며 투표 독려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의도에서다.

여기에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전화로 당내 조직을 독려하는 한편 낮에는 ‘버스 타고 서울로, 버스 타고 부산으로’(가제) 운동을 통해 지원사격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직접 일정과 일정 사이에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행선지 정류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는 등 바닥에서부터 민심을 훑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박 전 시장까지 소환해가며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부적으로 박 전 시장 이슈가 자주 언급되는 게 중도층 표심 공략에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고 했다.

당장 야권은 민주당이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피해자에 대한 잔인한 2차 가해이고, 좌파 운동권 세력의 천박한 성인지 감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임종석 씨는 참으로 몹쓸 사람”이라며 “참담하다. 민주당은 2차 가해가 선거 전략인가”라고 비판했다.

강성휘 yolo@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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