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칩거에도 서울 지지율 40% 파죽지세,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3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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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중도 사퇴 후 대선 지지도가 10%대에서 30%대로 수직상승하며 1위에 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근 지지율 상승세가 거침이 없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아직 공식적인 정계 입문이나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로 이달 4일 전격 사퇴 후 칩거 중인데도 불구하고 대선 지지도는 더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지지도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은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0.8%를 기록해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16.7%로 2위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는 지지도 격차가 더블스코어가 넘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서울에서 40%대에 진입하며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서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일 뿐 아니라 대선 정국에서 전국의 여론을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서울의 여론 판세가 전국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윤 전 총장이 지역 구도에서 자유로운 서울 출신이라는 점도 지지도 상승에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서울은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를 거친 후 현 정부 들어서는 여권의 핵심적인 지지 기반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에서 보수 야당의 전멸을 불러올 정도로 여당이 압승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 서울에서 보수 야권의 간판 대선 주자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이 여권의 유력 주자에 비해 지지도가 두 배 이상이나 높게 나왔다는 조사 결과는 이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달 들어 최근 2, 3주 사이 서울의 여론이 중도층과 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보수 야권 지지로 급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변변한 대선 주자 없이 지리멸렬하던 보수 야권에 윤 전 총장이 확실한 차기 주자로 떠오르자 서울의 보수층은 물론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이 윤 전 총장이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함께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공정’을 국정철학으로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신뢰도에 결정타를 가한 ‘LH 사태’가 서울의 민심이반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여론 흐름의 중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실정과 각종 비리 의혹에 분노한 서울의 중도층과 젊은층이 연합해 일종의 ‘반문연대’를 형성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으로 윤 전 총장이 서울을 넘어 전국에서도 4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다면 대선판은 더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윤 전 총장이 지속적인 지지율 상승세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면 여의도 정치판에 ‘윤석열 발 정계개편’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칠 수도 있다.

과거 대선에서 당선된 후보들의 득표율은 대부분 40%대라는 점에서 ‘대선 지지율 40%’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41.1% 득표율로 당선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51.6%를 득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48.7%,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48.9%를 득표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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