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에 미운털’ 文정부 통일장관…3명 모두 고소·고발 수난

  • 뉴스1
  • 입력 2021년 2월 27일 2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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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  2021.2.23/뉴스1 © News1
이인영 통일부 장관. 2021.2.23/뉴스1 © News1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일부 탈북민에게서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당했다.

통일부 장관은 통일·대북정책을 담당하는 업무 특성상 정부 각료 가운데 탈북민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때론 그들을 대변해야 하는 자리이지만 2명의 전 장관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3명의 장관 모두 탈북민과 연관된 문제로 고소·고발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탈북민을 소외시킨 데 따른 결과”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장관에 앞서 문재인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2017년 7월~2019년 4월)이었던 조명균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10월 남북고위급회담 공동취재단에서 탈북민 출신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를 배제한 것과 관련해 ‘직권남용’을 이유로 보수 성향 시민단체 ‘자유연대’로부터 고발당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판문점과 남북고위급회담의 여러 상황을 감안한 판단”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지만, 자유연대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김 기자의 기본권 중 직업선택의 자유와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었다.

또 현 정부 제2대 통일부 장관(2019년 4월~2020년 6월)이자 이 장관의 전임자인 김연철 전 장관은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 2명을 북한으로 다시 돌려보냈단 이유로 국내 법원이 아니라 아예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됐다.

북한민주화위원회·자유북한방송 등 탈북민 관련 단체로 구성된 북한인권단체 총연합회는 당시 김 전 장관과 정의용 현 외교부 장관(당시 국가안보실장), 서훈 현 안보실장(당시 국가정보원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등 4명을 ICC에 고발하면서 “정부가 귀순한 북한 주민들을 북으로 강제 추방한 건 비인도적 행위”라고 비난했었다.

그러나 이때 우리 정부는 해당 북한 주민들을 돌려보낸 이유에 대해 “귀순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우리 측에 신병이 확보되기 전에 함께 배를 타고 나온 오징어잡이 배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어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의용 장관은 최근 실시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당시 북한 주민들의 강제 북송 결정은 ”온당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현 정부 3대 통일부 장관인 이 장관은 이달 3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간담회에서 허위사실을 얘기해 탈북민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22일 고소당했다.

이 장관은 간담회 때 북한 인권기록물 공개에 관한 질문에 ”기록이 실제인지 일방적인 (탈북민) 의사를 기록한 것인지 아직 확인·검증 과정이 부족하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고, 이에 탈북민들이 직접 그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고소인인 최성국씨 등 탈북민 4명은 이 장관의 해당 발언에 대해 ”외신들 앞에서 탈북민 증언을 거짓말일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이 때문에 앞으로 탈북민들의 북한 내 인권 문제에 대한 증언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논란이 커지자 통일부는 고소 당일이던 22일 부랴부랴 ”이 장관은 ‘탈북자들의 증언이 신뢰할 수 없는 거짓말’이란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없다“(이종주 대변인)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다’와 ‘거짓말일 수 있다’의 사전적 의미가 다르다는 식의 해명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통일부는 현재 이 장관 고소 건 외에도 내달 30일 시행되는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놓고도 탈북민과 국제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듣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강동완 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과거엔 탈북민을 북한의 탄압을 피해 온 ‘먼저 온 통일’이라고 봤던 반면, 현 정부는 북한을 배신하고 온 사람으로 보는 듯하다“며 ”그렇기에 탈북민들이 하는 얘기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고, 그래서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현 정부에선 아무래도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순위가 되다 보니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하는 순간 남북교류를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 같다“며 ”남북 간 교류 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을 향해 너무 ‘저자세’로 가다 보니 탈북민과 인권 문제 등이 뒤로 밀리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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