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뒤흔들 보험업법 개정…경제계, 국회 정무위 ‘촉각’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26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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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정무위 사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정무위 사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생명법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보험업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각각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 및 채권 소유 합계액을 총 자산의 3% 미만으로 낮출 때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방식을 기존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이경우 ‘3% 룰’ 적용을 받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유일해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법안의 대상이 되는 기업이 삼성그룹뿐인 데다 법안 통과시 처분해야 하는 지분이 20조원을 넘어 국내 주식시장의 대규모 충격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진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지난 6월 말 기준 현재 8.51%, 평가액은 시가로 26조8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생명 총자산(291조3000억원)의 9.2%에 해당한다.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1.49%를 보유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로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이 취득원가 대신 시가 기준으로 변경되면, 삼성생명은 약 25조원, 삼성화재는 약 2조5000억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분 약 28조원이 시장에 풀릴 경우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의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이 부회장이나 다른 계열사가 사들여야만 하는데, 이는 삼성이 수년간 풀지 못한 난제다.

삼성그룹은 보험업법 개정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불가피해질 경우 5~7년에 걸친 단계적 처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이마저도 분할매각으로 유배당가입자에게 돌아갈 매각차익이 줄어드는 이슈에 대한 당국과의 지난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17.48%)로 있는 삼성물산이 생명 지분을 사들인다면, 강제로 지주사로 전환되지 않도록 물산이 자산규모를 키우거나 삼성전자 등 자회사 지분을 줄이는 등의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1대 주주로서 갖고 있는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회사 전체 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성 지배구조를 뒤흔드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폐기됐지만, 21대 국회는 상황이달라졌다. 174석을 가진 ‘슈퍼 여당’이 강하게 추진할 경우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날 사실상 국정감사가 마무리되기에 다음 정무위 회의에서부터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건은 정무위 법안1소위 통과 여부다. 법안1소위는 만장일치 처리 관행이어서 야당의 반대가 있을 경우 여당 단독 처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법안 1소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삼성생명법을 적극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삼성물산 사외이사 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윤 의원이 정무위원과 법안심사소위 위원으로 삼성 관련 법안을 다루는 것은 공직자 이해충돌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부적절하다”며 사임을 촉구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도 신중한 모습이다. 이 법안이 경제계에 미칠 파장이 크기에 신중하게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워낙 사안이 복잡하고 영향력이 큰 법안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법안을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법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삼성의 자발적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 지난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박용진 의원이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하자 “저도 (취득원가와 시가 차이 등) 그러한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삼성 측이나 생명에 기회가 되면 그 문제를 지적했다”며 “자발적인 개선 노력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계속 환기를 시켜줬다”고 답변했다.

한편 법안을 발의한 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이미 계열사의 주식을 3% 이상 갖지 못하도록 돼있는데 이미 삼성은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하다보니)그걸 훌쩍 넘어서 있어 특혜”라며 “26조원 이상을 처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발의한 삼성생명법이 당장 26조원을 빨리 매각하라는 것이 아니고 5년 동안 분할 매각하고 시간이 더 필요하면 2년 더 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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