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스럽다”만 반복 강경화…與도 “남편 개인 일탈” 선그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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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사진=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해외여행 자제령을 무시한 채 호화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 여행을 떠난 데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데도 강 장관이 제대로 된 설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강 장관 남편의 처신이 부적절하다며 비판했던 여권도 5일에는 남편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면서 파장이 강 장관의 거취 문제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섰다.

강 장관은 5일 주한 쿠웨이트대사관에서 국왕 서거 조문을 마친 뒤 외교부 청사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에 밝힌 입장에 추가할 것이 없느냐’ 질문에 “송구스럽다. (남편인) 이(일병) 교수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와 더 대화를 나눈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계속 연락은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해외여행 자제 권고 조치를 내린 외교부 수장으로서 책임을 느낀다거다 국민에 사과한다는 분명한 언급은 없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는 평소 때 사용하는 정문 계단과 정문 계단과 2층 로비에 취재진들이 있자 이를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곧장 간 뒤 사무실로 향했다. 이날 쿠웨이트대사관 조문 때는 남편 문제를 묻는 기자들에게 “자제해 달라” “조용히 달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전날인 4일에도 “송구스럽다”면서도 “(남편이 여행을) 워낙 오래 계획해 (귀국을)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해 고위공직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 교수는 문제의 여행 계획이 공개된 블로그를 4일 오후 10시 반 경부터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 교수가 구매 계획을 밝힌 요트가 매물로 올라와 있는 판매 사이트 중개인은 ‘이일병이라는 사람이 그 요트를 샀느냐’는 본보의 질문에 “요트가 며칠 전에 팔렸다. 구매자 신상을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구매자가 한국인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여권은 이 씨를 비판하면서도 강 장관 거취 문제에는 선을 그어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5일 라디오에서 “방역에 자유로운 국민은 없다. 장관의 배우자이면서 대학 명예교수이니 공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여행 자제를 어긴 것은 상당한 유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강 장관에게 연결해 책임을 묻는 일부 기류에 대해서는 단연코 반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K방역이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이런 일탈적인 행동 자체가 매우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이 교수의 처신은 모든 국민에 예외없이 적용돼야 하는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강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국민들은 코로나 퇴치에 협조하기 위해 고향에 연로하신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도, 조상에 성묘조차 못가고 있다”며 “이제 하다하다 코로나 방역도 내로남불, ‘코로남불’이냐며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외교부 장관이 여행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상황에서 남편이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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