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북미 정상회담? 너무 앞서가는 얘기”…워싱턴 회의적 반응,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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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 전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할 의지를 밝혔지만 워싱턴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설령 정상회담이 이뤄진다고 해도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론, 경기침체 및 지지율 추락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려 있다. 8월 전당대회 및 이후부터 본격화할 대선 토론회와 유세를 앞두고 어려운 협상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29일 화상 세미나에서 “대선 전까지 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지 않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북-미 협상을 밀어붙여온 그가 이례적으로 선을 그은 것.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협상 테이블 복귀를 통한 북-미 간 실무대화가 논의되는 것은 몰라도 지금 단계에서 정상회담은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라며 “가능성이 높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부분에서 진전을 볼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하게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보여주기식 정치 쇼’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싱가포르 및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직후인 만큼 그 부담은 더 커졌다.

소수의 북한 담당자들을 제외하면 행정부 내에서도 별 관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다. 국무부의 한 당국자는 “다들 인사이동을 준비하거나 휴가를 떠나는 분위기”라며 “코로나바이러스와 경제, 대선 외의 이슈는 대부분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비핵화의 근본적인 해법 모색보다는 대선 전까지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결정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선택할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의 트윗이나 유세 발언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언급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도 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성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고,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신선하지도 않은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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