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심리전 공세수위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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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했던 대남 확성기 재설치
남북정상 판문점선언 무효화 수순
일각선 “내부 결속용 조치” 분석도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한 북한이 최전방 곳곳에 대남 확성기를 재설치하는 등 대남 심리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22일 서부전선 등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 10여 곳에 확성기 설치 작업을 거의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9·19남북군사합의 파기 선언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4·27판문점선언’의 무효화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중단 등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해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한 남북 정상 간 합의를 폐기함으로써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긴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판문점선언 직후 우리 군은 40여 대의 고정·이동식 확성기를 철거했고, 북한도 40여 곳에 설치한 확성기를 제거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점을 부각시켜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한 징후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내부 결속용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는 노후 기종인 데다 가청(可聽)거리도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낮 10여 km, 야간 24km)보다 짧은 걸로 알려졌다. 확성기를 이용한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우리 군 장병이나 접경지역 주민이 동요될 리도 만무하다.

그럼에도 북한이 확성기 재설치를 강행한 것은 일련의 대남 강경 공세의 정당성을 접경지역의 군과 주민들에게 부각시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행보로 봐야 한다는 것. 군 소식통은 “‘최고 존엄(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건드린 대북전단을 빌미로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내부선전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의 맞대응을 유도한 뒤 후속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의 도발에 상응한 조치를 공언한 우리 군이 대남 확성기에 맞서 대북 확성기를 재설치할 경우 이를 트집 삼아 모종의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 수단인 만큼 다시 설치하면 2015년처럼 설치 지역에 기습포격을 감행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은 북측 상황을 주시하면서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확성기 설치를 공식화하지 않았고, 청와대 등 정부당국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선행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선을 넘으면 맞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해 군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대남 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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