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때 진압거부 경찰, 39년 만에 명예회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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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양성우 등 21명 징계취소
“시민들 무기탈취 막아라” 명령에도 무력대응 않아 감봉-견책 처분
붙잡힌 시민 훈방조치한 경찰도… 양 前총경 “내 행동 후회 안해”

재직 당시 양성우 前총경
재직 당시 양성우 前총경
“늦게라도 바로잡아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39년 만에 징계 처분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은 양성우 전 경찰 총경(94)이 16일 기자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남도경(전남지방경찰청) 경무과장이었던 그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직후 감봉 처분을 받았다. 몇 개월 뒤엔 ‘윗선’의 권고를 받고 아예 경찰에서 떠나야 했다. 광주 시민들이 경찰의 무기를 빼앗을 때 강제 진압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양 전 총경은 “당시엔 징계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고 표현할 수 없이 비참했다”며 “그래도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전 총경의 아들은 “아버지는 징계 취소 소식을 듣고 기뻐하지 않고 덤덤해했다”며 “아버지는 ‘시민 희생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양 전 총경 등 퇴직 경찰 21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징계 처분이 취소된 이들은 모두 5·18민주화운동 당시 강제 진압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감봉과 견책 등을 받았다. 21명 가운데는 안수택 전 총경도 포함됐다. 안 전 총경은 경찰에 붙잡혔던 광주 시민들을 훈방 조치했다는 이유로 군인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고 시민들이 무기와 탄약을 빼앗아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사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 징계 취소 대상자를 추리면서 고 이준규 전 목포경찰서장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2단독 양효미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이 전 서장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서장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강제 진압 명령을 거부했다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전교사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징계가 취소된 경찰에게 징계 기간 동안 받지 못했던 급여를 산정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숨진 경찰 16명의 급여는 유족에게 지급된다.
 
고도예 yea@donga.com·조건희 기자
#5·18민주화운동#40주년#양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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