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中왕이, 예정 넘겨 2시간 반 회담…“많은 합의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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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4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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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2.4/뉴스1 © News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2.4/뉴스1 © News1
한중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처음으로 한국를 방문한 중국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 북미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

왕 위원의 방한은 2015년 3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 참석 이후 약 4년 8개월만이다. 양자 차원의 공식 방한은 2014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왕 위원은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약 오후 4시 10분께부터 6시 30분까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우리측에서는 북핵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강상욱 동북아 국장, 김인철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중국측에서는 추궈홍(邱國洪) 주한중국대사와 우장하오(吳江浩) 외교부 아주국장 등이 각각 배석했다.

회담이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약 2시간 20분 동안이나 진행되면서 한중간 최대 현안인 사드 보복 조치의 완전한 해제와 관련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왕 위원도 이후 만찬장으로 이동하면서 회담이 길어진 배경에 대한 질문에 “한중 관계가 매우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논의할 사안도 많았다”며 “많은 합의도 이루었다”고 밝혔다.

그는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여부에 대해서도 “우린 이웃나라이고 고위층 교류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며 “외교채널을 통해 계속 (그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방문했으나,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이후 방한한 적이 없다. 시 주석이 방한하게 되면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지속된 한중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강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한중 관계 발전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난 9월 말 유엔총회에서 만났지만 이렇게 올해가 가기전에 서울에서 다시 만나 그간 양국관계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성과를 평가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 및 발전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진한 부분’은 사드 보복 조치인 한한령(限韓令, 한류 규제 명령) 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 위원과 추궈홍 대사도 강 장과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왕 위원은 모두발언에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등을 작심 비판하며 한국에는 유화적인 자세를 지속했다.

왕 위원은 “중국은 시종 일관되게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평화 외교 정책을 수행해 왔으며, 대국이건 소국이건 모두 평등함을 주장하고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주장한다”며 “중국은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하고,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하며,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는 것에도 반대한다”면서 “최근 세계 안정과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은 일방주의가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패권행위로 국제관계 준칙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미국을 저격했다. 미중간 무역 협상과 미국의 홍콩인권·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제정을 겨냥한 발언이다.

왕 위원은 이어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책임 있는 나라들과 함께 다자주의 이념을 견지하고 공평과 정의의 원칙을 지키고 굳건하게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제와 WTO(세계무역기구)를 초석으로 하는 다자무역 체제를 수호할 것”이라며 “우리(한중) 사이에 반드시 새로운 공동 인식이 형성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 나온 왕 위원의 이날 발언은 최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과정에서 한미간 균열이 드러난 가운데 한국을 중국에 좀 더 가깝게 끌어당기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왕 위원은 회담 후에는 강 장관이 주재하는 만찬에 참석한다. 이후 방한 이틀째인 5일에는 오후 3시께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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