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美에 손내밀며 본격 여론전…대일특사는 고심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11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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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덜레스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 캡처) 2019.7.11/뉴스1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덜레스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 캡처) 2019.7.11/뉴스1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방미(訪美)는 청와대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맞서 본격적인 ‘여론전’에 돌입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치권 안팎에서 ‘대일특사 파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도 대일협상보다 여론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차장은 현재 방미 중이고 “(미국에서) 일본 수출규제 등 현안들을 협의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차장도 10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D.C. 덜레스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미국 측과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미국의 중재, 북미 실무협상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12일 일본 도쿄에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일 양자협의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긍정적인 결과로 전망이 모아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김 차장의 방미는 외교전의 연장선상”이라고 했다.

김 차장은 노무현 정부(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했다. 현 정부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 내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통상교섭전문가다. 여기에 외국 체류기간이 길어 영어가 유창한 것은 물론 영미권 문화에도 박식하다는 점이 김 차장의 강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를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하고 규제 철회를 요청하면서 여론전의 물꼬를 텄다.

이런 가운데 통상교섭전문가이자 영미권에 특장점을 가진 김 차장의 전격 방미는 한일대결의 무게추를 우리 쪽으로 가져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또한 전날(10일) 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일본의 수출규제 건에 대해 미국 측에 ‘일본의 행동이 국제질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일본의 무역제한 조치가 우리 기업에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체계를 교란함으로써 미국기업은 물론 세계무역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처럼 ‘강 대 강(强 對 强)’ 대응에 나선 것은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일본이 수출규제 강화 조치 배경에 대해 ‘대북제재 위반’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제동을 거는 일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10일)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연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도 “아무런 근거 없이 대북제재와 연결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 협력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대일특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대일협상보다 여론전에 방점을 두고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일특사 파견과 관련해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외교적인 노력이 여러가지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1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일특사 파견 건과 관련 “수면 위로 올라올 정도가 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청와대는 같은 날 ‘우리 정부가 일본에 강제징용 피해배상과 관련해 새로운 협상안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일본과의 협의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 속 청와대와 정부는 대일특사는 물론 한일 국회의원 간 뚫려있는 대화통로 활용안 등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간 의원연맹 관계는 “유효하다”면서 “정부끼리 (감정이) 치닫고 있는데, 이제는 한일의원연맹 차원에서 풀어나가는 데에 진력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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