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만남은 회동일까 회담일까…초유 상황에 의견 분분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30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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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정상 만남은 ‘회동’…北美 정상 만남은 판단 엇갈려
차기 北美 정상회담 논의 과정에서 차수 정해질 듯

남북미의 세 정상이 30일 판문점에서 성사시킨 만남의 형식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세 정상이 만난 형식은 전례가 없는 방식이다. 만남이 성사되는 과정에서나, 실제 대면하는 방법에서나 그간 외교가에서 형식적으로 유지해 온 ‘의전’과는 거리가 먼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 소식을 타전한 언론들도 북미 또는 남북미의 같은 주어를 놓고도 ‘회동’, ‘회담’, ‘접촉’ 등 다양한 표현으로 이날 세 정상의 만남 소식을 전했다.

사전적 개념으로 회동과 회담은 일단 확연히 구분되지는 않는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회동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토의함. 또는 그 토의’를 말한다. 영어로는 ‘talks, meeting, conference’ 등이 제시돼 있다.

회담은 ‘일정한 목적으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임 또는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되는 일’로 정의돼 있다. 영어로는 ‘assembly, meeting, gathering, meet, congregate’ 등이 제시돼 있다.

접촉은 ‘교섭’ 즉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서로 의논하고 절충함’을 뜻한다. 영어로는 ‘negotiation, bargaining, talks’ 등이 제시돼 있다.

국어사전의 개념으로는 이날 만남을 형식적으로 정리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또 남북미가 쓰는 언어 체계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는 것도 문제다. 같은 한글에 뿌리를 두고 있어도 북한은 정상회담을 ‘수뇌 상봉’이라고 쓰는 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을 영어로 쓸 때 주로 쓰는 ‘summit’은 우리 말로는 ‘각국 정상이나 정부 수반들의 국제회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통상적인 정상회담은 사전에 치밀한 의제 및 의전 협의를 거쳐 진행된다는 것이 외교부 관계자의 귀띔이다. 불과 24시간여 만에 갑작스럽게 추진된 이날 3자 간 만남을 ‘회담’보다는 ‘회동’으로 정리하기 것이 타당하다고 보이는 부분이다.

남북 간 대화에도 회담과 접촉, 협의 등의 용어를 구분해 사용하곤 한다.

통일부의 ‘회담 주요 용어’ 구분에 따르면 남북 대화는 크게 회담과 접촉으로 구분한다. 회담은 포괄적 의제나 상위 회담에서 파생된 의제를 다루는 협의를, 접촉은 구체적인 의제(실무·현안)를 다루는 협의를 의미한다.

다만 이는 남북 대화에 적용하기 위해 규정한 개념으로 국제적인 정상 간 교류에 대입하기는 자연스럽지 않기는 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별도로 진행했던 만남은 ‘회담’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50여분 간 단독으로 두 정상이 마주해 현안을 논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북미 두 정상의 만남은 정상회담으로 볼 수 있다”라며 “지난해 5월 남북 정상이 ‘원포인트’ 방식으로 만난 것도 정상회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만남의 파장이나 결과의 무게감을 고려한 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형식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만남의 당사국 간의 협의를 거쳐 사후에 이를 정의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초유의 3국 정상 만남은 결국 당장 이날이 아니라 다소 시간이 흐른 뒤 평가를 거쳐 성격이 규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북미 정상의 만남은)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이라고 볼 수도 있고, 실질적인 또는 일반적인 북미회담으로도 볼 수 있다”라며 “특별하게 규정을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결국 언론에서 평가하는 것”이라고 ‘열린’ 입장을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박 2일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한국을 떠나며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과의 훌륭한 만남을 마치고 한국을 떠난다(Leaving South Korea after a wonderful meeting with Chairman Kim Jong Un)”라며 ‘summit’이 아닌 ‘meeti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한편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가 앞으로 2~3주 안에 비핵화 협상과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논의 과정에서 차기 정상회담의 차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이날 만남의 형식도 자연스럽게 규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미 두 정상은 지난 2월 하노이 회담까지 공식적으로는 두 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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