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평양 스킨십 1박2일’… 비핵화 4자논의로 판 키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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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김정은과 회담 마치고 귀국

6·25참전 기념 ‘북-중 우의탑’ 참배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오른쪽)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부인 리설주 여사(왼쪽)와 함께 북-중 우의탑을 참배하고 
있다. 이 탑은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시 주석은 이날 중공군의 당시 활동상을 둘러본 뒤 “선열을 
기리고 세대 간 우호를 기원한다”고 방명록에 남겼다. 중국중앙(CC)TV 화면 캡처
6·25참전 기념 ‘북-중 우의탑’ 참배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오른쪽)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부인 리설주 여사(왼쪽)와 함께 북-중 우의탑을 참배하고 있다. 이 탑은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시 주석은 이날 중공군의 당시 활동상을 둘러본 뒤 “선열을 기리고 세대 간 우호를 기원한다”고 방명록에 남겼다. 중국중앙(CC)TV 화면 캡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박 2일간의 ‘평양 스킨십’을 과시한 뒤 21일 귀국했다. 양 정상은 안보와 경제에 있어 한껏 밀착하는 목소리를 내며 비핵화 논의를 기존 남북미에 중국을 추가해 4자 논의로 확대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만큼 북핵 해법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 북-중 밀착 과시, 비핵화 ‘4자 논의’로 판 커지나

시 주석은 21일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부부 동반 오찬에서 “방문이 원만한 성공을 거둬 북-중 관계가 새로운 시기의 발전 방향에 있음을 명확히 했고, 외부 세계에 양측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과 지역의 항구적 평화 실현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추진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결연히 지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현재 북-중은 한 가족과 같이 밀접하고 교류하고 우호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년사에서 ‘다자 논의’를 강조한 김 위원장이 중국의 개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전날 평양 목란관 만찬에서도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 여러 사람이 인정하고 지지하는 대세”라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해 새롭고 더욱 큰 공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새로운 시대에 장대한 북-중 우의를 더욱 발전시키고 양측이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중요한 합의를 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북한의 대화 촉구를 강조한 반면 김 위원장은 이에 적극 화답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이번 평양행을 통해 ‘비핵화 대화 지분’ 확보에 나섰지만 김 위원장은 북-미 간 톱다운 식 담판에 무게를 두며 말을 아끼고 있다는 것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중국이 북한에 대화를 권유하는 점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아직 ‘하노이 결렬’의 뒤끝이 남아 있는 북한이 협상 태도를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구도가 남북미중 4자 구도로 재편되는 변화가 결국 장기적으로 북-미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 북한의 협상 입장을 옹호해주는 구도다.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어찌 됐든 북-중 정상은 평양에서 급격히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은 20, 21일 약 27시간 평양에 머물며 김 위원장을 최소 9차례나 만났다. 평양을 떠나기 전 21일 오후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에서 호숫가 산책에 나선 데 이어 부부 동반 오찬 회담을 가졌다. 이에 앞서 평양 모란봉 구역의 북-중 우의탑도 참배했다. 이는 6·25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을 기리는 상징물이다. 시 주석은 “북-중 양국이 평화를 수호하려는 결연한 결심을 세상에 분명히 선포하기 위해 참배하러 왔다”고 했다.


○ 美 “대화 열려 있다”면서도 ‘FFVD’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미 대화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란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는 20일(현지 시간)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언론의 논평 질의에 “미국은 파트너와 동맹국들, 중국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FFVD’라는 공동의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시 주석이 북한의 ‘안전 보장’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들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고, 우리는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0일 “중국은 중국 영해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에 대한 단속을 실제로 이행하기 바란다”며 중국의 제재 공조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같은 날 미 국무부는 ‘2019년 인신매매 실태보고서’를 발표해 북한을 17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했다. 매년 발행하는 보고서지만 북-중 회담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공개하며 인권 이슈를 고리로 대북 압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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