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어선 국방부 브리핑에 靑행정관 참관…“사전 조율 없었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1일 12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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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국방부 첫 브리핑…靑행정관 참석
이례적인 일…사건 축소·은폐 위해 조율 의혹
행정관 브리핑 참관 여부 군에서 일부만 알아
軍 "현역 군인 신분, 국방부 온 것 문제 안 돼"
靑 "여론 확인차 간 것…사전 조율 전혀 없어"
"중대상황 브리핑엔 참석…초계기 때도 참석"
靑 "안보실 조사 대상…전반적인 조사 이뤄져"
文, 18일에도 대응 질책…"경계 뚫려선 안 돼"

북한 어선 삼척항 정박 경위를 설명하는 국방부의 첫 언론브리핑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몰래 참관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방부와 청와대 사이에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행정관이 브리핑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국방부와 브리핑 내용을 사전 조율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2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현역 해군 대령으로 청와대에 파견나간 A행정관은 지난 17일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북한 목선 관련 브리핑 현장에 있었다.

통상 기자실에서 진행되는 브리핑은 국방부 대변인실과 각군 공보 담당 장교 등이 참석한다. 특별히 참석하는 배석자들은 직책과 이름을 알리되, 기사화 할 경우 익명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당시 브리핑이 진행되는 동안 A행정관에 대한 소개는 없었다. 사복 차림의 A행정관은 기자실 한쪽에 서서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가 북한 어선의 삼척항 정박 경위와 당시 군의 경계태세 등을 설명하는 상황을 지켜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가 북한 어선의 남하 경위를 설명하면서 어선을 최초 발견한 곳을 삼척항 방파제가 아닌 ‘삼척항 인근’이라고 표현해 거짓 해명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이 북한 어선을 식별하지 못하면서 경계작전 실패로 드러났음에도 당시에는 “경계태세에 문제 없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더욱이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군 당국의 설명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미뤄 청와대와 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사전조율을 거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군 내부에서도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기자실에서 진행되는 비공개 브리핑에 참석하는 것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과거 특정 사안에 대한 언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국정원이나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브리핑을 참관했던 행태를 청와대가 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A행정관이 당시 브리핑 현장에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 “북한 선원이 목선을 타고 귀순한 사례가 이례적이었던 만큼 브리핑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브리핑 현장에 고위급 군 당국자와 실무자 등이 있었지만 A행정관이 참관하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사람은 극히 일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기자들을 상대로 하는 비공개 브리핑에 사전 협조 요청도 없이 참관한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청와대와 군의 업무 협조를 하는 담당자로서 궁금한 내용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쪽에서도 업무 협조 차원에서 알고 싶은 게 있을 수 있어 참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A행정관은 현역 군인 신분이어서 국방부에 온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며 “장관이나 합참의장 등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할 때도 문구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와 사전에 조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A행정관이 국방부 브리핑에 참석했던 것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전 조율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현장에 있었다”며 “그곳에 갔던 것은 당시 전체적으로 어떻게 여론이 흘러가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행정관과 국방부의 협의나 사전 조율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과거에도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청와대 소속 행정관이 국방부 브리핑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윤 수석은 “중대 상황일 때는 청와대가 국방부 브리핑에 참석해 왔다”며 “지난 1월16일 일본과의 초계기 갈등 때도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A행정관은 당시 국방부 브리핑 내용을 안보실에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수석은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 안보 상황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는 협의를 한다”고 했다.

국방부 발표문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알고 있었지만 거짓 해명 논란이 나온게 된 국방부 대변인과 기자와의 일문일답 내용은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 윤 수석의 설명이다.

윤 수석은 ‘국방부와의 협의를 통해 17일 브리핑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식의 브리핑을 할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며 “다만 그런 부분을 일일이 하라 마라 간섭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그쪽(국방부)에서도 안보실 쪽의 경계 태세에 대해 집중했던 것이고 협의를 하신 분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봤던 것”이라며 “그래서 좀 안이하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 오게 된 것에 일부 (청와대의)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번 사건과 관련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또 18일에는 군의 경계 소홀 논란을 놓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경계가 뚫려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질책성 발언이 있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청와대 안보실로까지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수석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반적인 조사는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보실도 이번 조사에서 점검 대상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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