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도 ‘식물국회’ 신세인데…폐지 1년된 ‘합산규제’ 아직도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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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11일 0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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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 17일 비공개 당정협의서 현안 논의할 듯
여야 대치 국면으로 법안소위·상임위 개회는 불투명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 News1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 News1
국회가 폐지된 지 1년 된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이어가면서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도입을 하겠다는 것도 그렇다고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국회 파행이 지속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여당과 비공개 당정협의에 돌입했다.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두 분야로 나눠 진행되며 현재 국회에서 계류된 안건을 포함해 각종 현안을 당정에서 사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 과기정통부와 여당은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당정 협의를 했고 13일엔 방송통신위원회와의 당정협의가 예정돼 있으며 17일엔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분야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합산규제와 관련한 논의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는 지난 4월 논의한 정보통신분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합산규제 재도입보다는 반 시장적인 점유율 규제를 폐지하고 대신 이용자 피해 및 시장지위남용 등 부작용을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사후규제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가 관련 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당정에서 해당 사항에 대해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

하지만 당정협의를 한다 해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안건을 처리하지 않으면 현재와 달라질 것은 없다. 과방위는 지난 4월17일 황창규 KT 회장 청문회 이후 2개월 가까이 ‘휴업’ 상태다.

업계는 국회의 합산규제 관련 논의기간이 길어지면서 답답함을 호소한다. 가장 입장이 난처한 곳은 케이블TV업체 딜라이브다. 딜라이브는 수년전부터 회사 매각을 추진해 왔으나 적당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다가 지난해 말쯤 KT와 본격적인 인수합병 협상을 시작했다. KT 역시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도 딜라이브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가 만약 합산규제를 재도입한다면 KT는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 없게 된다. 과기정통부가 조사한 2018년 하반기 유료방송가입자 점유율에 따르면 KT는 위성방송 자회사 스카이라이프까지 합산했을 때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1.07%의 가입자 점유율을 차지한다.

딜라이브는 같은 기간 6.29%의 점유율을 보였는데, 만약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한다면 총 점유율은 37.36%를 기록하게 된다. 기존 합산규제가 ‘유료방송 사업자는 계열사까지 포함해 전체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의 3분의1(33.33%)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국회가 합산규제를 부활시켜 버릴 경우 KT는 규제 대상이 돼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 없게 된다.

이에 KT는 자회사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국회에서 ‘스카이라이프의 위성은 공공성이 필요한 분야’라며 상업적 목적으로 딜라이브를 인수할 경우 스카이라이프 강제 매각 명령까지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이 역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KT가 딜라이브 인수 추진을 중단하고 국회만 바라보는 이유다.

당장 딜라이브는 오는 7월 채권 만기를 막지 못하면 디폴트(부도) 상황을 맞게 된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인수합병 논의가 예상치 못한 국회 변수로 길어지고 있는 만큼 채권단에게 채권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면서 “국회가 이미 폐지된 지 1년이 된 합산규제를 붙들고 시장 움직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망도 밝지 않다. 여야가 여전히 ‘강 대 강’ 대치를 지속하고 있어 6월 임시국회 개원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과방위 역시 6월에 법안소위나 전체회의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임시국회는 20대 국회가 신중하게 법안을 검토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국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6월 임시국회 무산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는 국정감사 등으로 법안 심사가 어렵고 정기국회가 끝난 후에는 이듬해 열리는 21대 국회의원 총선준비에 돌입하기 때문에 임시국회 개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6월 회의 일정이 잡혀있지 않다”면서 “여야간 대립뿐만 아니라 과방위 차원에서도 ‘방통위의 가짜뉴스 대응’을 둘러싸고 갈등이 있어 여야 간사 협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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