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발사에 경고 수위 높이는 미국…“강대강 대치 피해야” 지적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0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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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일 만에 다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초기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던 미국의 대응 기류가 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공개 경고를 보낸 것과 함께 미 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법무부의 북한 선박의 전격적인 압류조치 등이 잇따라 이뤄진 것. 협상 판을 깨지는 않되 북한의 위협적 대미 압박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경고 수위 높이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두 번째 발사에 대해 “소형 미사일이고 단거리 미사일들”이라며 “현재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발사가 이뤄진 지 9시간 만에 내놓은 반응이다. 그는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지칭했고, “북한이 협상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동안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과시해온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모라토리엄)이 사실상 깨진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와 함께 미 법무부는 이날 대북제재를 위반해 석탄을 불법수출한 혐의가 있는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했다. 존 데머스 법무부 차관보는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위반하려는 북한과 기업들은 제재 이행을 강화하기 위해 몰수를 비롯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 정권의 호전적으로 행동을 멈추기 위한 ‘최대의 압박’을 이행하는 데 깊이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지난해 4월 이미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발돼 1년 넘게 조사를 받아왔다.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있는 북한 송이종합상사의 자회사 송이해운회사 소속으로, 지난해 3월 이 배가 선적한 석탄 거래와 관련해서만 모두 75만 달러 이상이 미 금융기관을 통해 송금됐다는 게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설명이다.

AP통신과 CBS방송 등 외신은 법무부의 이번 조치가 북한의 두 번째 발사 직후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조치는 최근 북한의 무기 실험으로 이미 고조되고 있는 긴장 수위를 명백히 더 높이는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미 공군이 이날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를 한 것도 주목되는 움직임이다. 미 공군은 이번 발사가 특정한 국제적 사건이나 지역 긴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발사 시점 등으로 볼 때 북한에 모종의 경고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폭스뉴스는 북한의 발사 이후 미 행정부의 북한 선박 압류 및 ICBM 시험발사가 연달아 이뤄지는 것을 언급하며 “북한을 향한 대응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의회 강경 기류 속 “강대강 대치 피해야” 지적도

다만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9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외교’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섀너핸 대행은 이날 기자들이 북한의 발사에 대한 입장을 묻자 “우리는 외교를 고수하려고 한다”며 “우리의 작전이나 태세를 바꾸지는 않았으며,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준비 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의원들은 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의회가 대북 추가 제재를 통과시켰으면 한다”며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하고 제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아직 협상 판을 깬 것은 아닌 만큼 신중한 대응을 유지하면서 과거의 강대강 대치로 돌아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 강경파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이번에는 “북한의 발사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응한 북한의 자체적인 일상 군사훈련 일부일 수 있다”며 “단거리 미사일은 유엔 안보리에서도 지금까지 크게 문제삼지 않은 만큼 미국이 과잉반응하지 않고 ‘화염과 분노’로 돌아가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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